고흥 대서면 ‘여성노인 한글학교’ 열기 후끈

농촌지역의 한 면사무소가 노인복지행정의 일환으로 한글학교를 개설해 평생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던 노인 분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전라남도 고흥군 대서면사무소(면장 강형수)는 지난3일 대서면민 복지회관에서 40명의 할머님들이 참여한 가운데 ‘여성노인 한글학교’를 개교하고 첫 수업에 들어 갔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농번기에도 불구 뼈저린 가난으로 배움의 욕구를 져버려야 했던 젊은 날의 배움에 대한 한을 늦게나마 풀어보기 위해 일손을 잠시 놓으신 많은 여 노인 분들이 참여했다.

면 복지회관에 마련된 한글학교에는 즐거움에 찬 할머님들의 글 읽는 소리가 면사무소 광장에 까지 울려 펴졌고 배움에 대한 열기는 대입수험을 앞둔 고3 교실분위기 못지 않다.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78세 그리고 최고령학생은 정점순 할머니(87․장선마을) 또 할머니 학생들 가운데 박형삼(79세, 송강마을)할아버지 한분이 청일점으로 참여 했다.

박형삼 할아버지는 “내 나이 또래 남자노인들은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나는 배우고 싶어도 지금까지 배울 기회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한글을 배워서 신문도 읽고 텔레비존 자막도 읽어 보며 남들처럼 살고 싶다.”며 높은 학습의욕을 보였다.

이번 한글학교는 대서면의 20개 마을에서 41명이 신청 등록했으며 올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주2회(월, 목)씩 중급반 수준을 목표로 한글, 민요, 동요, 가요 배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한글학교 자원봉사자로 나선 마태운(대서면 민원복지담당)씨는 “어르신들의 학습 열기는 정말 진지하다. 자신들은 못 배웠지만 자식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신 할머님들의 숙원을 반드시 풀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노인 한글학교’는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직원상조회 후원으로 문을 열었으며 연필, 지우개, 노트, 연필깎이 등 학용품과 교육용카세트를 구입했고, 내년 3월 수료 때(5개월간)까지 후원하기로 했다.

강형수 대서면장은 “예로부터 대서면 지역은 우리 고흥을 대표하는 선비의 고장이요 인물 많은 충절의 고장으로 이름 난 지역이지만, 남성 우위의 전통사회에서 여성들이 배움에서 소외된 것이 안타까워, 이 분들이 살아생전에 글을 깨우치게 해 드리고, 노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해 드리는 것이 최고의 노인복지라 생각해서 한글학교 문을 열었다.”고 개교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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