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호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중요한 교통로이자 전라남도와 북도를 구분하는 고개는 갈재(노령)와 장성새재였다. 이 고갯길들은 옛사람들의 도보 길이자 군사적으로 외적의 침략을 막아내는 요충지이기도 하였다.

사적 제384호 입암산성은 이러한 갈재와 장성새재를 방어하며 북으로는 호남평야와 남으로는 나주평야라는 우리나라의 곡창지대를 지켜낸 호남의 대표적인 산성이다. 특히 조선왕조실록 등 많은 사서에서 호남지역 최대의 산성이자 요충임을 언급하고 있다.

현재 입암산성은 5.2km에 달하는 성곽시설과 옛 관아 터, 절터, 창고 터 등 성내 시설물 흔적이 남아 있고 정유재란 때 순절한 의병장 윤진의 순절비가 있어 그 역사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성곽방어시설인 저수보(해자)로 인해 형성된 3,500㎡에 달하는 대규모 고산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역사적이나 생태적으로나 뛰어나고 특별한 자원인 입암산성은 그 가치에 비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관심과 보전의 대상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에서는 전라남도와 장성군의 대표적인 성곽 유적이자 호국유적인 입암산성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인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다양한 고문헌과 고지도 등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 합동조사를 통하여 지금까지 조사되지 않았던 외곽의 성곽방어시설, 차단성, 등 유적을 발굴, 다른 산성과 차별되는 입암산성만의 가치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성내 고산 습지인 입암산성습지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습지 생태계를 보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립공원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의 미래세대를 위한 입암산성 역사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입암산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특별 홍보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그리고 자연과 문화가 살아있는 입암산성의 보전을 위해 역사, 생태, 지질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입암산성 보전 워크숍’을 개최하고 이러한 고견들을 모아 자연과 역사가 복합된 공원자원의 보전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자연과 역사는 미래세대에게 잘 보전하여 전달해 주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잠시만 소홀히 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으면 훼손되거나 왜곡되어 그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다.

역사교육과 역사인식의 부재가 이슈로 떠오르는 오늘날, 외적으로부터 지켜낸 역사와 자연을 아우르고 있는 입암산성의 가치를 부각하고 보전하기 위해서는 관련기관은 물론 지역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자연과 역사의 복합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입암산성은 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내장산국립공원백암사무소장 김종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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