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순천만 흑두루미 위치 추적 성공···멸종위기종 보호 지자체 연대 주도

순천만습지 흑두루미(사진=곽유나 기자)
순천만습지 흑두루미(사진=곽유나 기자)

[빛가람뉴스=곽유나 기자] 순천만은 국제적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등 48종을 포함한 총 252종의 철새들이 연간 10만 ~ 20만 마리가 서식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순천시조 흑두루미는 지난해 10월 28일 순천만에 도착해 월동을 시작했다.

일본 이즈미 중간기착 그룹이 합류하면서 지난해 11월 12일 8,600마리까지 증가했다가 11월 23일부터 6,400여 마리가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

흑두루미 뿐만 아니라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 멸종위기종들이 순천만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순천만을 통해 박람회 이후 기후위기와 종소멸에 대응하는 미래 생태도시 순천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흑두루미는 전세계 16,000 ~ 18,000마리가 생존하고 있으며 한국 순천만과 일본 이즈미시가 대표적인 월동지다.

시는 일본 이즈미시와 흑두루미 조사를 공동 실시하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정보 등을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흑두루미 공동조사 결과 순천만 6,100마리, 이즈미시 10,300마리로 집계됐다.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순천만은 개체수가 81% 증가한 반면 이즈미시는 45% 감소했다.

이는 2022년 이즈미시에 고병원성 AI가 강타하면서 일부 월동개체군이 순천만으로 월동지를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왜 이즈미시 흑두루미는 순천만을 택했을까? 지난 15년 동안 순천만의 자연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시는 2009년부터 순천만 인근 난개발을 막기 위해 생태계보호지구를 지정하고 갯벌 주변의 환경저해시설을 철거했다.

조류 전선 충돌을 막기 위해 농경지 59ha 내에 있는 전봇대 282개를 제거하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 환경을 살리고 흑두루미를 품었다.

2023년 연초 일본 NHK방송국은 순천만 보전 노력과 이즈미시 흑두루미 5,000여 마리의 순천만 유입을 전세계 160개국에 방송했다.

순천만은 한반도 흑두루미 월동지에서 ‘세계적인 흑두루미 월동지’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새해부터 일본생태계협회 회장과 소속 연구원 등 해외연구기관과 국제기구 방문 예약이 증가하면서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노하우를 수출하는 생태도시가 된 것이다.

이동성 철새 보호는 한 지역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월동지와 번식지를 연결하고 있는 지역 간, 국가 간 공동 협력이 중요하다.

시는 2023년 2월 4일 국내 최초로 흑두루미 5마리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와 월동지에서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분석결과, 순천만 흑두루미는 러시아 하바로브스키 추미칸 습지대와 아무르스카야를 월동지로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순천만에서 러시아 번식지까지 이동거리는 편도 2,300㎞이며 이동기간은 평균 28일이었다.

번식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한반도 서해안을 거쳐 중국의 내륙습지를 중간 기착지로 활용했다.

4월 말에 번식지에 도착한 흑두루미는 평균 120일 동안 알을 낳고 어린 새를 키워 8월 말에 순천만으로 남하하기 시작했다.

순천만까지 이동거리는 2,500㎞이며 이동기간은 평균 72일이었다.

북상시기에 비해 이동시간이 2배 이상 더 소요됐으며 이는 남하할 때 경험이 미숙한 어린 새를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중간 기착지에서의 체류시간이 2일에서 최장 55일까지 증가되었기 때문이다.

시는 순천만 흑두루미가 광양, 여수, 고흥, 보성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지난해 1월 12일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지자체장 업무협약을 근거로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지역 간 협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에 비해 지금까지 야생 동식물 및 개별 서식지 보전에 치중해 도시 생태계를 하나의 유기체로서 보전·관리하려는 인식이 부족했다.

시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핵심 콘텐츠로 도심 안에 그린아일랜드를 조성했다.

차가 다니던 도로를 야생생물과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하고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켰다.

공간을 새롭게 창조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선보였으며 환경단체와 국제기구도 큰 관심을 보였다.

새들은 즉시 화답했다.

그린아일랜드 주변 저류지에서 부리를 저어 먹이를 찾는 노랑부리저어새 50여 마리가 월동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겨울 그 개체 수는 180마리까지 증가했다.

순천만에서 사라졌던 큰고니도 다시 돌아왔다.

시는 앞으로도 순천만 야생동물들이 도심 안쪽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생태적으로 우수한 지역을 서로 연결해 동식물의 이동통로를 확보하고 건강한 녹색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천하구 훼손지 복원사업으로 예산 120억원을 확보해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순천만은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라며 “앞으로 순천만과 도심을 연결하는 복원을 통해 기후위기와 종소멸에 대응하는 강한 생태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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