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금성관 등 10곳 역사·문화재 거점별 설치 미술작품 전시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 국내‧외 작가 15명 참여/나주시 제공 

[빛가람뉴스=곽유나 기자] 전남 나주시가 ‘2023나주축제, 영산강은 살아있다’ 통합축제와 연계해 첫선을 보이는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를 오는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최한다.

17일 나주시에 따르면 설치미술제는 ‘흐름, 열 개의 탄성’이라는 주제로 조각·설치·영상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국내·외 작가 15명이 참여한다.

옛 나주역사, 옛 화남산업, 나빌레라문화센터, 나주목사내아 금학헌, 서성문, 나주향교, 금성관, 나주정미소, 영산포등대, 영산나루 등 10곳에서 거점별 설치 미술작품을 전시한다.

나주시는 미술제 개막을 앞두고 참여 작가인 강용면, 김경민, 김계현, 김병호, 남지형, 민성홍, 박일정, 엄아롱, 이상용, 이이남, 조은필 등 11인의 설치 작품고 장소, 사진을 함께 차례로 소개한다.

출품작 ‘온고지신’은 둥근 밥그릇과 풍요롭게 넘치는 밥 덩이들을 형상화했다.

밥은 역사에서 궁핍한 민중들에게 늘 소중했다.

전시 장소인 금성관은 조선시대 전국 최대규모 객사로 나주목을 방문한 사신·관리들이 묵었던 장소다.

금성관 마당에 놓인 밥그릇은 축제 기간 나주에 온 귀한 손님들을 잘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미지로 표현했다.

금성관에 설치되는 작품 ‘만남’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빈 공간을 채우는 과정에서 작품 속 의미를 발견한다.

벤치 양 끝에 앉아 시선을 교환하는 남·여 사이에 관람객이 자리하면서 만남은 더욱 긴밀해진다.

또 다른 작품 ‘I Love You’는 조선시대 국립교육기관인 나주향교에 설치된다.

유교에서 강조해 다루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면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의 중요성’이다.

작품은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가족의 이미지를 경쾌하면서 따뜻하게 보여준다.

나주 서성문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 때 나를 점령하려는 동학군과 수성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서성문에 설치된 조립아트작품인 ‘앵무새 케이지’는 앵무새가 같은 말을 반복하듯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희생’을 표현한다.

‘사람들’은 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시대적 희생양이 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3명의 신 작품은 신의 이미지를 추상화했다.

각자의 신이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 믿음을 은유했다.

일제강점기 옛 나주역에서는 ‘댕기머리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계기로 광주학생항일운동이 발발한다.

나주역 광장에 전시된 작품은 독립을 간절히 소망하며 전진했던 나주인의 모습을 신으로 형상화했다.

떨어지는 꽃잎을 단순하고 유기적인 형태로 재해석한 작가는 작품 ‘축적된 꽃잎’에서 낙화하는 과정을 마치 춤추는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가 지나고 앞으로 이곳이 활발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작가는 버려진 폐품인 산수화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산수화 속 이미지들은 천에 인쇄되어 부유하는 듯한 설치 작업으로 되살아났다.

인쇄된 산수화 이미지는 대부분 이상향을 보여준다.

작품은 현재는 활기를 잃어버린 옛 통조림 공장 건물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꿈꾸는 의미를 담았다.

‘만화방창’ - 나주나빌레라문화센터 원래 잠사 공장이었던 전시 공간은 현재는 예술창작, 교육 등을 하는 문화센터로 쓰이고 있다.

작가의 철 구조물에는 갖가지 꽃과 나무가 서로 어우러져 생명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폐산업 시설이었던 이곳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짝 피어나고 있음을 은유한다.

‘이사 그리고 이사’ - 나주목사내아 전시 공간인 나주목사내아는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학처럼 고고하게 살고자 하는 선비의 지조가 깃든 집’을 의미하는 ‘금학헌’이라고 불렸다.

금학헌 안마당에 설치되는 작품은 마치 공공표지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상적인 자연을 동경했던 옛 선비의 마음과 현실세계 환경 문제를 동시에 환기시킨다.

작가는 누군가가 사용하던 버려진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고 새로운 이미지로 변모시킨다.

오래된 사물과의 우연한 만남, 예술적 재탄생을 ‘운명’이라 일컫는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나주정미소가 오늘날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해 새로운 이야기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가는 모습과 겹쳐진다.

영상미디어 작품이다.

초등학생 어린 소녀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에 따라 영상의 배경이 점점 바뀐다.

아름다운 이상향은 전쟁으로 파괴된 풍경이 되고 마지막에는 평화롭게 눈이 내리는 풍경과 이상향의 모습이 비친다.

일제강점기 당시 화남산업에서는 수많은 쇠고기 통조림을 제조해 일본군에 납품했다.

이러한 내력을 가진 폐공장에서 소녀의 꿈 이야기는 전쟁 속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작품 앞에는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과 황포돛배 선착장이 있고 뒤로는 1915년에 설치된 영산포 등대가 있다.

화려했던 영산포의 과거가 어린 장소이다.

영산강 뱃길 따라 모여든 농수산물이 넘쳐나고 상권이 번성했던 시절을 영산포 등대는 목도했던 것이다.

작품의 푸른 깃털들은 영화로운 과거를 품고 다시 날개가 되어 가볍게 날아오를 희망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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