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인석보’, ‘하피첩’ 등 보물 18점 38억 1,500만 원에 팔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14일 ‘월인석보’, ‘하피첩’ 등 보물 급 문화재 18점을 공매로 매각해 38억 1,500만 원(건당 평균 2억 1,194만 원)을 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값으로 측정할 수 없는 귀한 문화재들이 국가와 공공으로 들어왔음에도 1점당 평균 ‘2.1억 원’ 때문에 공매로 나왔던 것이어서, 과연 이와 같은 공매가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강기정 의원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광주 북구갑)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4일 보유 중이었던 19점의 보물급 문화재 중 18건을 공매로 매각했다. 이들 문화재는 검찰이 지난 2011년 김민영 전 부산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압수하여, 예금보험공사가 인계 받아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등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이 중에는 세종이 직접 지은 찬가인 「월인천강지곡」을 수록하고 있으며 초기 훈민정음의 변천을 확인할 수 있는 보물 제745-3호 「월인석보」(7억 3천만 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직접 짓고 친필로 쓴 보물 1683-2호 「하피첩」 (7억 5천만 원), 조선 최초의 법전 「경국대전」 중 현존 가장 오래된 것인 보물 1521호 「경국대전 권3」(2억 8천만 원) 등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보물 중 보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문화재보호법 상으로는 보물급 문화재라 하더라도 사인 간 양도가 가능하다. 동법 제33조에서 ‘소유자 관리의 원칙’을 정함으로써 개인의 문화재 보유가 가능하고, 같은 법 제40조에서 소유자가 변경될 경우 문화재청에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사인 간의 양도도 가능한 것으로 본다.

문제는 이번 건의 경우 이들 문화재들이 국가와 공공의 영역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김 전 저축은행장이 보유하던 문화재들은 검찰을 거쳐 예금보험공사로 들어왔고 이들은 국립박물관에 보관 중이었다. 결국 1점 당 2억 원 꼴의 금액을 보전하기 위해 공공으로 돌아온 보물 문화재를 공매로 되판 것이 된다.

다행히 이번 경우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에서 1차적으로 공매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에 일부 제한을 걸어 18점 모두 박물관이나 미술관, 종교재단 쪽으로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공매 제한은 문화재 공매에 대한 명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예금보험공사가 원 소유주인 김 전 저축은행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루어진 것이다. 김 전 저축은행장은 해당 보물들을 인계하면서 ‘공공성 있는 기관에 매각해 달라’ 는 요청을 했으며, 예금보험공사는 국유재산법 제43조의 자격제한 규정에 근거하여 경매에 응찰할 수 있는 기관을 공공성이 있는 기관으로 한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한은 문화재 공매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아니고 매각주체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보물의 공매 매각 건의 경우 개인이 응찰하였다 하더라도 법령이나 예금보험공사 내부규정 등에 문제될 것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강 의원의 설명이다.

문화재청도 이러한 문화재 공매에 대해 대책이 없긴 마찬가지다. 문화재청은 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예보의 공매처분은 상법에 근거한 정상적 절차로 판단되며 이러한 문화재 거래 및 채권행사를 위한 공매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지난번에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망실 사건에서 문제가 됐듯이 문화재 관리에 있어서 개인이 박물관 등 공공에 비해 부실한 것은 당연하므로, 문화재는 가능하다면 되도록 국가나 공공이 관리하여야 한다.” 라며, “원래부터 민간에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국가와 공공으로 돌아온 문화재라면 되도록 국가와 공공의 영역에 있도록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무시한 채 오로지 채권보전만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 이라고 진단하고, “반입된 문화재에 대해 기금 등의 형태로 국가가 매입하거나, 공매를 하더라도 국가나 박물관 등 공공이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제한 기준을 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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