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해 설립한 헬스커넥트 환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내놓은 서울대병원의 대책은 모두 무용지물

첨단 ICT기술을 활용해 의료계의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며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 설립한 헬스커넥트. 이를 두고 ‘환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SK텔레콤의 최대주주 등극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에 서울대병원측은 해명과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모두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경기 일산동구)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해명과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는 유출될 우려가 존재하며 SK텔레콤의 최대주주 등극 시나리오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3월 27일 정관을 개정하여 민감 개인정보 유출을 미연에 방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기존 정관에 나와 있던 ‘개인의료기록을 활용한 플랫폼 및 서비스 사업’을 ‘고객이 회사에 제공해 회사의 사업목적의 이용에 동의한 개인건강정보를 활용한 플랫폼 및 서비스 사업’으로 바꿨고 이것이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지난 2011년 10월 10일 체결한 합작투자계약서 제5조에 따르면, “합작회사의 정관이 본 계약의 내용과 불일치하거나 모순이 있는 경우, 당사자 간에는 본 계약의 내용이 우선하며, 당사자들은 합작회사의 정관을 본 계약의 내용에 부합하도록 개정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있다. 즉, 서울대병원이 헬스커넥트의 정관을 아무리 개정해도 계약서가 우선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정관 개정 보다는 최초 계약서의 내용인데, 바로 여기에 환자 민감 정보의 유출우려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계약서 제3조에는 헬스커넥트의 사업목적으로 총 6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문제가 되고 있는 ‘PHR(Personal Health Record)을 활용한 플랫폼 및 서비스사업’이다. PHR은 개인의료기록을 뜻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의료법상 불법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에서 활용하는 개인의료정보는 환자진료정보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의 건강관리를 도울 수 있도록 체중이나 키 등을 자발적으로 동의한 항목에 대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dicine)에 따르면, PHR은 “Recording of pertinent information concerning patient’s ilness or illnesses” 즉, “환자의 질병을 포함한 기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헬스커넥트 설립을 위해 서울대병원 소유의 서비스표에 대한 사용권에 대한 감정평가서를 보면, “건강관리서비스와 매우 밀접한 분야가 PHR로서 개인의 건강 정보를 저장하는 전산화된 애플리케이션을 일컫습니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일반인, 환자를 포함한 모든 이용자의 건강기록이 바탕이 되어야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바, 이용자의 모든 의무기록 및 건강 관련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맞춤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에 무형자산을 출자해 51%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고, 이 감정평가서가 자산가치의 근거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결국 미국 국립의학도서관과 국내 감정평가사는 모두 PHR을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로 보고 있었던 것이고, 서울대병원만 이를 축소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헬스커넥트의 최대주주가 누구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최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환자정보를 담은 회사의 존폐가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헬스커넥트는 지난 2년간 89억 원 손실에 따른 자본금 부족을 막기 위해, 6월 24일 6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전량 SK텔레콤이 인수했다. 만약 SK텔레콤이 이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62.1%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어 최대주주로의 등극이 가능하다.

 물론 계약서 제6조와 제9조에 의하면, 서울대병원의 지분율은 항상 50% 이상 확보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규정일 뿐, 현실에선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은 과반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 SK텔레콤이 증자를 하는 만큼의 현금 또는 현물을 출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대병원이 현금출자에 나설 리 없고, 남은 방법은 현물출자 뿐인데, 이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지적재산권, 각종 의료특허, 서울대병원 재산 등이 헬스커넥트라는 영리회사로 편입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SK텔레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유상증자‧전한사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향후 증자 경쟁에서 서울대병원이 포기를 선언하는 순간, 수천만 명의 환자 질병정보와 각종 특허권을 이관받은 헬스커넥트는 온전히 SK텔레콤의 소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은혜 의원은 “서울대병원은 연간 15만 명의 환자가 입원하고 340만 명의 환자가 외래진료를 받는 대형병원이다. 중증환자를 포함해 수천만 명의 환자 질병정보가 서울대병원 전자의무기록(EMR)에 집적되어 있는데 이것이 영리회사로 유출되면 큰 일”이라며 “헬스커넥트는 태생적으로 서울대병원 설치법 위반,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서울대병원장이 굳이 헬스커넥트 사업추진을 강행하는 것은 의료영리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대병원은 지금이라도 지분을 정리하고 병원설립 본연의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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