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나 구급차와 같은 차량이 사이렌을 켜고 출동할 때는 촌각을 다투는 사건과 관련이 많다. 대부분이 생명과 관계된 사항으로 그 시간만큼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소방차량의 현장 도착 시간이 10분을 넘으면 사망자 발생률이 2.5배 높게 나타난다고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소방차량이 긴급출동하면 화재와 싸우기 전 화재현장에 도착하기까지 도로에서 주행 중인 차량과 먼저 싸우게 된다.

싸이렌을 울리고 안내방송을 해도 묵묵히 갈 길을 열심히 가는 차량이 많다.(현재는 폐지되었지만 모 프로그램에서 직접 현장 경험을 해봤다.) 소방차량만큼 본인들도 바쁘다는 식이다. 곡예를 하듯 모두에게 바쁜 도로를 달려 현장 부근에 도착하면 또 한 가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진입로에 주차 중인 차량으로 현장진입을 지연시키며 애를 태우게 만든다. 개인편의를 위한 주차 때문에 소방관들은 화재와 같은 재난현장에서 초기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는 사유로 직결된다.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꼭 불법 주정차를 금지해야 이런 불상사를 없앨 수 있다.

선진국이라는 북미 유럽국가에서는 소방차나 구급차 등이 출동하면 도로에 주행 중인 차들이 정지하거나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피양을 하며 길을 열어준다. 한마디로 긴급차량이 신속히 지날 수 있도록 모두가 협조하는 것이다. 긴급차량의 뒤를 따르는 얌체행위도 금지되며 긴급자동차 통행에 방해를 주었을 시 수백 달러의 벌금과 면허정지등의 처벌을 받는다.

우리도 긴급차량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양보의무를 위반하는 차량이나 양보의무를 위반하는 차량이나 운전자에게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중점 단속대상은 제3자가 봐도 고의적으로 길을 비켜주지 않을 경우, 우측으로 피양할 수 있음에도 3회 이상 피양 요구를 불응하거나 20초 이상 주행하는 경우, 소방차와 소방차 사이를 끼어드는 경우, 소방차량의 진로를 고의로 방해한 경우,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행위 등이 단속대상이다.

소방기본법상의 “소방자동차의 우선 통행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소방자동차의 출동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처벌 내용에 대한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이라 하겠지만 여전히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성숙한 도민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그동안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위상을 보여주고, 외국의 제도나 사례들을 부러워하며 우리 자신을 스스로 비하할 것이 아니라 그들보다 더 한층 세련된 모습으로 오히려 그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례를 보여줘야 하겠다.

전남 나주소방서 소방위 노광필
 

저작권자 © 빛가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