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지금 시민주권을 지키느냐 아니면 당에 시민주권을 다시 빼앗기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기득권을 가진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광역시장 후보선출을 위한 경선과 관련된 결정의 시기가 되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이나 특정인을 위한 불공정경선의 꼼수를 부리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와 불신으로 이어져 시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소위 안철수 신당의 출현으로 오랜만에 선거다운 선거를 통해 시민의 권리를 행사할 기대에 부풀었는데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높아졌으나, 선의의 경쟁을 통한 짜릿한 감동은 사라질 처지가 되었다.

그토록 시민들이 만끽하고 싶어 했던 경쟁에 대한 기대를 없애버린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정한 경선을 통해 시민주권을 되돌려주는 이벤트를 마련했어야 했다. 다행스럽게 좋은 후보가 세 명이나 되어 경선의 방법만 잘 결정되면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쟁을 하기 위한 규칙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5인의 국회의원에 의해 시민주권은 여지없이 짓밟히고 새정치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가졌던 시민들마저 실망하고 분노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공안정국을 통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박근혜정부에 대해서 따끔한 질책도 제대로 못하면서 집안일에는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그들의 행위는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오죽하면 수도권의 호남인들마저 광주정신이 훼손되었다고 흥분할까?

이러다보니 시민들은 또 다시 당 지도부의 입맛에 의해 시장이 간택될지 모른다는 치욕스러움과 시민주권이 짓밟히는 지난날의 후진정치를 떠올리며 새정치에 대한 회의와 의문을 갖게 되었다.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시절에는 그래도 DJ와 민주화에 대한 염원과 희망이라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권리를 빼앗겼어도 잠시 흥분할 뿐 이해하고 미워도 표를 주었다. 그러나 그 때와는 확연히 다른 지금, 과거를 되풀이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또한 미워하면서도 표를 주는 그런 시대로의 회귀를 원하는 시민 역시 없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시민의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주는 정치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그게 새정치를 원하는 이유이다.

새정치를 말하는 정치지도자가 과거처럼 공천이라는 칼을 앞세워 줄 세우기하고, 편을 가르고, 나눠먹기 한다면 그건 새정치가 아니라 헌정치가 될 것이며, 그런 지도자는 반짝이는 반딧불의 존재거나 일시적인 소나기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새정치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실천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에 동참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의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안철수의 곁불에 감지덕지하면서 지역에 대한 희생이나 민심을 외면한다면 아무리 옷을 갈아입었다고 해서 새정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새정치는 완장차고 군림하는 오만과 독선의 정치가 아니라 겸손하게 섬기는 낮춤의 정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거리에는 ‘새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다’라는 현수막이 안철수·김한길 두 대표의 사진과 함께 걸려 있다. 국민과 무슨 약속을 했는지, 과연 그 약속을 실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맹자는 정의를 ‘사람이 걸어가야 할 바른 길이다.’고 말했다.

약육강식의 춘추전국시대에도 법가의 치국이념은 ‘공개, 공평, 공정’이었다. 과연 안철수 대표는 맹자가 말하는 정의와 법가의 치국이념을 실천하고 있는지 준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에 이러한 가치와 철학이 없다면 차라리 새정치를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 김범태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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