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한다. 지난 여름동안 광란의 태양도 지나고 이제 풍요로운 가을인가 싶었는데, 벌써 가을은 저 멀리 달려가 금년의 끝자락인 겨울의 종착역을 향해 마냥 달려만 가고 있다.
최근 교통의 발달로 발길이 끓어진 전남 보성 명봉간이역에는 전성기 옛 추억만을 간직한 채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몇 년 전 봄에 찾아가서 보았던 벚꽃나무들은 노쇠화 되어 몸통에는 상처투성이며 가지가 부러지고 세월의 무게 상처만을 지니며 몸을 지탱해가고 있는데, 날로 쌀쌀해지는 늦가을 날씨에 낙엽을 떨어져 간이역 앞에 뒹굴어 가을의 사색에 젖게 있다.
스쳐지나가기 쉬운 이곳 명봉 간이역에는 끝없이 어이지는 철길에 희망을 싣고 달리던 철마, 이젠 이곳에서 북한 땅을 거쳐 러시아와 유럽으로 또 다시 힘차게 달려가기를 희망한다.
한편, 이곳 명봉역은 영화와 드라마촬영이 간간히 이어지고 있으며, 옛 추억을 찾아, 혹은 또 다른 추억을 만끽하기위해 찾는 이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으로 함께한 보성 명봉간이역]
조경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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