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5월, 대마무골 전라남도 담양군 죽녹원의 대숲이 심상치 않다. 늘 푸른 줄만 알고 있는 대나무 숲이 이맘때가 되면, 대나무가 푸른빛을 잃고 한시적으로 누렇게 변한다.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인 소만(小滿)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이다. 이 무렵 대나무밭은 병이 든 것이 아닌, 이제 막 솟아난 어린 죽순에 양분과 수분을 다 내어 주느라 누렇게 물든 것이다.
사진 속 대나무는 죽녹원 시가문화촌 연못 근처의 대숲 산책로에서 찍었다. 면앙정에서 앉아 연못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산책로를 유심히 살펴보면 대나무의 신기한 장면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가을을 만난 듯 누렇게 변한 대나무를 두고 옛사람들은 ‘죽추(竹秋)’라고 불렀다.
5월 가정의 달, 담양 죽녹원의 대나무 숲길을 거닐며 부모사랑, 가족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떠올려 보면 좋겠다.
김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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