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만 되면 항상 언급되는 이슈가 전략공천이다. 전략공천은 다양한 목적과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긍정적으로는 정당에 좋은 인재를 영입해서 전략공천하는 것이다. 이때 인재라하면 인생의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있고 특정분야의 권위적인 업적을 이룬 전문성을 갖춘 사람일 것이다. 거기에 여성, 청년, 노동, 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의 대변자도 포함된다.

임한필
임한필
부정적으로는 특정정치세력이 자신의 인맥을 심기위해서 적절한 스토리를 갖춘 사람을 전략공천하는 것이다. '인재영입'이란 명목으로 또는 지방권력의 힘으로 적당한 커리어를 만들어서 중앙권력과 결탁하여 억지로 만든다. 이때는 전략공천 대상자의 능력이나 대표성보다는 충성도가 우선 순위가 된다.

전자(긍정)는 전략공천이 일정정도 순기능적 역할을 해왔다. 후자(부정)는 선거판을 뒤흔들어 실패로 가는 역기능을 해왔다. 근데 두 기능이 반드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아삼모사로 움직이기에 선거판에서 잘 구분이 안된다. 과거 3김시대에는 인재영입이라는 것이 보스기질을 갖춘 리더에 의해 독점되었다. 긍정과 부정의 요소를 모두 드러냈다.

최근 전략공천의 긍정적 사례로서, 지난 2년전 총선에서 호남에서의 문재인대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국민의당 견제를 위해 '어벤져스'와 같은 대대적인 인재영입을 통해 혁신을 바람을 일으켜 선거의 판도를 바꾼 경험도 있다. 물론 수도권에서는 압승했지만, 광주전남에서는 18석 중 1석만 건지는 비참한 패배를 맛봤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정비율의 전략공천을 기초자치단체장에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광주지역 구청장 출마자들 속에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구체적으로 출마예정자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여성 전략공천 얘기가 많이 돌고있다. 실은 중앙당에서는 어떤 구체적인 입장도 밝힌바가 없는데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전략공천의 가장 안좋은 방식은 인재영입되는 후보의 자질과 정체성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세력의 힘으로 억지로 밀어부치는 것이다. 이는 곳 지역 선거판을 흔들어서 결과적으로 당에 패배의 결과를 안겨줄 뿐이다. 더 안좋은 것은 후보가 자신의 실력과 활동을 통해 당원과 유권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지방권력에 기대어 무임승차하려는 태도다. 당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크나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SNS의 발달로 후보의 역량과 비젼을 보여줄 기회가 많다. 그리고 정당활동이 소수에 국한되었던 지난 시기에 비해 지금은 자신이 맘만 먹으면 다양한 정당활동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과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이다. 100만 당원시대에 인재가 아직도 더불어민주당 활동을 안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당과 정체성이 맞지않던지 아니면 정당활동이나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춘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정당에 필요한 인재일까?

저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에서 문재인대표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인식으로 아무도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을 때, 첫날에 예비후보 등록하고 그야말로 눈보라맞으며 주민들에게 문재인편에 있다고 멸시를 당하면서도 죽어라 뛰었다. 현역의원이 국민의당으로 가버려서 사고지역당이라고 해서 끊임없이 전략공천 얘기가 나왔다. 거기다 후보가 인지도와 자질(?)이 부족하다고 인재영입해서 내리꽂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저도 배울만큼 배웠고, 직접적인 당활동은 아니지만 중앙에서 시민단체와 정치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다만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갖지못했을 뿐이다. "나는 인재가 아니고 뭘까"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인재영입은 선거에서 당에 헌신하는 후보에게 자괴감을 주게된다. 지역민들에게는 "저 당은 아직도 지팡이도 꽂으면 당선시켜줄거라 생각하는가"라는 부정적 인식을 준다. 그래서 그 선거는 필패하게 된다.

선거에 출마하는 여성, 청년, 정치신인에게는 25~30%의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더불어민주당에는 있다. 열심히 뛰는 후보에게는 아주 큰 점수이며 실질적으로 지난 총선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전략공천이 아니더라도 소수자가 가산점 혜택을 통해 경선으로 공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비례대표에서 여성, 장애인, 노동 등 다양한 소수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향후 비례대표수를 늘리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앞으로 70세이상 노인(기성정치인제외)도 가산점이나 비례대표로 혜택을 주어서 100세 시대에 맞게 노인을 대변하는 정치인도 배출해야할 것이다. 또한 정체성을 일관성있게 지키면서 정당활동을 20년이상 오랫동안 해온 권리당원에게도 가산점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아래로부터 헌신적으로 해온 열정에 대한 정당한 페이가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 폼나는 타이틀 몇개 갖춘 사람이 수십년 활동한 사람을 앞서는 잘못된 문화가 있다. 개선되어야 한다.

얼마전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당원토론회를 두차례 진행했다. 거기에 패널로 나온 시민단체 활동가 두어명이 시민단체 활동가에게도 전략공천이나 가산점을 줘서 당선시켜주라는 주장을 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공천신청을 했는데 매번 안되었다고 웃으면서 전략공천을 달라고 한다. 저는 지난 3년 동안 그 시민단체 활동가를 더불어민주당 행사에서 본적이 없다. 참으로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다수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먹칠하는 발언이다. 그렇게 의원이나 구청장, 시장이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정당에 가입해서 열심히 활동하시라. 과거처럼 시민단체 경력이 정치로 가는 징검다리였던 시대는 갔다.

얘기가 길어졌다. 결론은 "만약 당이 나를 전략공천한다면", 저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이유는 제가 선거에 출마한 것은 당에서 공천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선에서 당선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호남도 다당구조라 지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잘못된 전략공천이 이루어진다면, 유권자는 냉정하게 돌아설 것이다. 그리고 제2의 정당을 선택할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 당내 공천전쟁에서 승리한들 뭐하나. 본선에서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니다. 선거에서 2등은 없다. 속된 말로 돈만 날릴뿐이다.

호남에는 이번 6.13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좋은 후보들이 많다. 넘쳐난다. 문재인대통령의 지지도와 당 지지도가 높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자기 실력으로 당원에게 지역민들에게 평가를 받자. 룰이 다소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자신의 당활동의 경력이 좀 미천하더라도 헌신적으로 뛰자. 자기정치를 하자. 그리고 모두 그 결과에 승복하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지난 총선경선에 낙선하고서 다시 깨달았다. 지방권력에 의지하거나, 자신의 세력과 향후 정치적 행보를 위해 자기 사람을 심기위해 전략공천을 악용하지 말자.

잘못된 전략공천은 그 선거구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 선거판도를 흔들어서 당의 전체에 패배를 심어줄 공산이 크다. 시기에 맞지않는 전략공천은 당사자 뿐아니라 열심히 지역을 다져오고 정치적 꿈을 키워온 소중한 당자산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줄 것이다. 그래도 전략공천이라는 독배를 마실 것인가? * 위 기고문은 독자기고로 본사와 뜻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19대 대선 문재인대통령후보 공정국가위원회 부위원장 임 한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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