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내리고 봄기운이 솟아오르는 이때, 대보름과 영농철을 앞두고 들녘에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시작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년 논․밭두렁 태우기가 계속되는 이유는 마른풀과 볏짚, 고추대 등 영농 폐기물을 정리하고, 논․밭두렁에서 월동하는 병해충을 없앤다는 생각 때문에 농촌에서 관습적인 영농방법으로 생각되어 해 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논․밭두렁 태우기는 득보다 실이 많으며 때로는 대형 산불과 인명피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남지역의 최근 3년간(2010∼2012년) 논․밭두렁 등 화재 통계를 보면 430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사망 1명, 부상 6명의 인명피해와 1억 7천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농촌지역의 논․밭두렁 태우기는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 소각을 하는데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풍향에 따라 순식간에 불길의 방향이 바뀌면서 확대되어 매우 위험하며, 앞쪽 방향의 불길 진화에만 열중하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길 속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여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월 19일에도 담양군 ○○면에서 논두렁 태우기 중 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으로 불길이 야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불을 끄려던 지역주민 조 모(여, 58세)씨가 화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농촌진흥청의 조사 결과에서도 논·밭두렁을 태워 병해충을 제거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논·밭두렁을 태운 직후 미세동물을 조사한 결과 해충은 11%만 죽은 반면, 오히려 거미 등 해충의 천적이 89%나 사라져 농작물의 생육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농사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경우가 많은 논·밭두렁 태우기는 절대 삼가야 할 것이며, 효과 없는 소각의 필요성에 대하여 농촌 주민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반드시 소각을 해야 할 경우에는 행정기관(소방서, 읍·면·동사무소)에 사전에 신고를 하고 소방차를 배치한 후 마을공동으로 소각해야 할 것이다.

지난 겨우내 동장군(冬將軍)이 맹위를 떨쳐 유난히도 추웠던 날씨가 봄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물러가는 것은 반갑지만, 불필요한 논․밭두렁 태우기로 인해 고귀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마을 방송을 통한 주민 계도와 개개인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노력해서 따뜻하고 활기 넘치는 봄이 남도의 들녘에 꿈을 싣고 찾아 왔으면 한다.

전남 담양소방서장(소방정)   이  민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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