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이란 사전에 찾아보면 아주 좋은 운수,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이란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복이 이처럼 운수나 행운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 것은 복이 인간의 힘을 초월한 천운(天運)에 의해서 저절로 돌아가는 기수(氣數 :길흉화복의 운수)로 이해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한편으로 복은 아주 좋다거나 오붓하다는 말에서 풍기고 있는 것처럼 필요한 것이 허실(虛失) 없이 두루 넉넉하게 갖추어져 있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복(福)이란 한자는 원래 시(示)와 복(畐)의 회의문자(會意文字)이다. 시는 하늘[天]이 사람에게 내려서 나타낸다는 신의(神意)의 상형문자이고, 복은 부가 부른 상형문자이다.

복의 한자 어원도 역시 복의 뜻이 가지는 두 함축, 곧 사람의 힘을 초월한 운수라는 뜻과 오붓하고 넉넉하다는 뜻의 함축을 풀이해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아주 좋은 운수가 무엇이며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는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혹은 사회나 문화에 따라 여러 가지의 뜻으로 풀이되고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다만 복이란 사람의 삶에 관련된 선과 악, 행복과 불행의 현실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고대서적 서경에 보면 장수를 누림(壽), 가멸함(富), 건강하고 마음 편안함(康寧), 심성의 후덕함(攸好德), 임종을 성취함(考終命)을 5가지를 큰 복(五福)으로 보았다.

한비자(韓非子) 의하면 장수함(壽), 가멸함(富), 귀함(貴)을 복으로 여겼다. 한편 우리나라의 속설에는 아내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요, 이가 튼튼한 것도 복으로 일컫고 있다. 이처럼 복의 개념은 그 외연적(外延的) 의미도 일정하지가 않고 내포적(內包的) 의미도 분명하지만은 않으나,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간에 새해의 정초에 복을 빌면서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

비록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복을 받으며 태어나서 복을 누리며 살고 간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복을 비는 가운데 태어나서 복을 비는 마음속에서 자라나 복을 빌며 살다가 다시 복을 빌면서 후손과 자식들을 위해 복을 빌면서 죽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복은 한국인의 삶을 그 밑바닥에서 움직이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힘이고 희망이고 동기부여의 바람인 것 같다.

그런데 복은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의식에 너무나도 밀착되어 있는 것 같다. 복은 보이지 않는 형체이며 마음이다. 복을 비는 말과 복에 대한 말의 쓰임새를 보면 ‘복이 찾아온다. 복이 달아난다. 복을 받는다. 복을 누린다. 복을 타고난다. 복을 심는다. 복을 기른다. 복스럽게 생겼다. 복이 많게 보이더라는 속어들이 많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복지(福祉)·복조(福祚)·복락(福樂)·복력(福力 : 복을 누리는 힘)· 복분(福分 : 운수가 좋은 천분)· 복상(福相 : 복스럽게 생긴 모습)· 복운(福運)· 복수(福手 : 복 있는 사람)· 복인(福人)· 기복(祈福)· 초복(招福)· 발복(發福)· 축복(祝福)· 석복(惜福)· 음복(飮福). 다복(多福)· 만복(萬福)· 소복(小福)· 박복(薄福)· 지복(至福)· 수복(壽福)· 복덕(福德)· 화복(禍福) 등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복이란 말의 실용 예를 들어 보면 신년 정초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하는 인사말, 그리고 편지를 끝맺을 때 ‘댁내에 큰 복 받으시길 바랍니다’ 라고 하는 경구도 많이 쓰인다

정월 초하룻날에는 쌀을 씻는 복조리를 새벽에 팔러 다니는데 그 복조리를 사면 한해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복조리(福笊籬)가 있고 집터를 고를 때도 지덕(地德)이 좋은 복지(福地)를 찾기 위해 풍수지리설을 따르는 것은 복을 많이 누릴 수 있는 복가(福家)를 짓고자 하는 바램에서이다.

그리고 성서에도 보면 다윗이 주 밖에는 나의 복이 없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윗은 하나님 자체를 진정한 복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고백에는 어떠한 조건도 결부되지 않는 참된 믿음이 바로 하나님의 은총(복)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능화(李能和)의 조선여속고(朝鮮女俗考)를 보면 이른바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 하여 지아비가 아내를 내칠 수 있는 일곱 가지 조목을 들고 있는데 이것 또한 7가지의 복을 의미하고 있다. 첫째는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복(不順舅姑), 둘째는 아들 못 낳는 복(無子)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복, 셋째는 음함(淫行)의복, 바람을 피워서는 안 된다는 복, 넷째는 투기함(嫉妬)의복,   다섯째는 나쁜 질병을 가져서는 안 되는 복(惡疾), 여섯째는 말 많음(口舌)의복 말이 많으면 복이 달아난다는 복, 일곱째는 도둑질(盜竊)해서는 안되는 복이다.

봄이 다가오면 기둥이나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을 비는 춘방(春榜:입춘서)에서 흔히 보게 되는 것이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복자가 든 글귀를 많이 볼 수 있다,

국어시간에 배웠던 문학작품 용비어천가를 보면 해동 육룡이 샤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라는 말과 조선조의 궁정기사 작품인 한중록을 보면 혜경궁 홍씨가 처음 궐내에 들어가 인원왕후(仁元王后)를 뵐 때 왕후는 아름답고 극진하니 나라의 복이라고 칭찬한 사록이 있다.

또한 심청전을 보면 심봉사가 첫국밥을 지어 삼신상에 올려놓고 딸의 복을 빌고 있는 장면도 나온다, 그리고 광해군 때 인목대비(仁穆大妃)의 나인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계축일기(癸丑日記)에도 다행스럽게 그 난에서 벗어나셔서 복이 있으신가 보더라. 또 숙종시대의 민비폐비사건(閔妃廢妃事件)을 서술한 인현왕후전(仁顯王后傳)을 보면 국모는 만민의 복이라 두 분 대비께서 극진히 애중하게 여기시어 국가의 복이라 축수하시고, 조선조 숙종때의 양반 문인 김만중(金萬重)이 쓴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에도 한림상공은 오복이 구비한 상이요. 이러므로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하는 따위의 복에 관련된 구절 등 복이란 말이 문학적으로 많이 기록되어 있다.

유호덕(攸好德)이나 고종명(考終命)과 같은 어려운 문자 속은 못 알아보는 사람들이나 수복 강녕과 같은 한자조차 못 읽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무릇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같이 빌고 있는 것이 복이다.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의 구별 없이 설날의 새해 인사말로 나누는 복, 또 오래 산다는 것을 복으로 여긴다. 수는 그 자체가 삶의 성취요 큰 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나이가 회갑이 되면 수연(壽筵)이라 하여 오랜 삶을 축하하는 큰 잔치를 베풀어 온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아무튼 복은 전 근대적인 농경문화의 빈곤에 묻혀 있던 전통사회에서부터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복 사상은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탈출동기에서 잉태된 것으로 여겨진 것 같다. 그러면서 보다 더 오래 살고, 보다 큰 재산을 모으고, 보다 높은 벼슬을 하고, 보다 많은 아들을 가지고자 하는 복의 추구는 선을 추구하는 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겠다. 아무튼 올 한해도 복(福)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광주광역시 북구의회 윤리특별위원장 오 화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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