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철수세미 등 폐품 활용 40여 작품으로 31일‘박성호의 고철이야기’전시 오픈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입구에 가면 가스통을 활용한 귀여운 펭귄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 펭귄은 누가 만들었지?”라는 생각을 하며 양림동 골목길을 둘러보다 보면 철제물로 만든 투박한 글씨가 박힌 ‘Gallery 고철’이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펭귄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광주문화재단 공연전시팀에 근무하는 박성호 차장(49)이다.

20평 정도의 작업실 ‘Gallery 고철’에는 병뚜껑을 붙여 만든 생선, 전선․철수세미를 이어 만든 바닷가재, 키보드를 조립한 독수리 등 버려진 재료를 재활용해 탄생한 멋진 작품들이 가득하다. 양림동 펭귄마을의 상징 가스통 펭귄도 박성호 차장이 직접 만들어 기증한 작품이다.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전기 및 시설 관리 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 그는 근무시간이 끝나면 이 공간에 와서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만든 작품 40여 점으로 오는 31일부터 ‘Gallery 고철’에서 첫 개인 전시 ‘박성호의 고철이야기’를 진행할 예정인 박 차장을 만나 그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 조선이공대 전기과를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버려진 물건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4년 전부터 여기 ‘Gallery 고철’에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현재 작은 작품 30~40개를 만들었다. 전남대 미술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한 아내도 ‘Gallery 고철’에서 골판지를 활용한 입체적 회화 작품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우리 부부는 주말을 거의 이 곳에서 보낸다.

양림동 입구에 있는 가스통 펭귄은 작년에 광주에서 진행한 ‘제7차 아셈문화장관회의’ 때 해외 인사들의 방문에 맞춰 펭귄마을 촌장님의 부탁으로 만들게 됐다. 그때는 양림동 펭귄마을이 이렇게 활성화 될 줄 몰랐는데 가스통 펭귄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Gallery 고철’은 어떤 곳인지? ; 양림동 월세를 전전하던 우리 가족이 35년 전 처음으로 구입한 우리 집이다. 부모님과 1남2녀 5명의 가족이 함께 살았고 몇 해 전 어머니가 아파트로 이사하시면서 이 집은 빈집이 됐다. 오래 전부터 생각한 작품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난 2014년부터 4년째 아내와 함께 작업을 하는 우리 부부의 놀이터가 됐다.

내 어릴 적 기억으론 양림동 번화가에서 벗어난 이 집은 겨울엔 춥고, 밤에는 도둑이 무서웠던 곳이다. 낡은 이 공간을 수리하려고 천장을 뜯고 보니 상량목에 1969년 10월에 지어진 집이라고 씌어 있었다. 내 나이와 같은 이 집은 10년 전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면서 3남매 중 장남인 나한테 남긴 유일한 재산이기도 하다.

지금은 조용한 골목 사이로 ‘또닥또닥’ 망치 두드리는 소리, ‘윙~’ 드릴 돌아가는 소리, ‘치지직~’ 납땜하는 소리 등이 가득하다.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눈에 띄는 고철들은 이 공간에 한데 모아둔다. 길거리에 버려진 고철들이 남이 보면 쓰레기일지 모르나 나에겐 하나의 작품으로 보인다. 이 곳이 35년 전 우리 가족의 화목한 보금자리였다면 지금은 골목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와 작품에 이끌려 엄마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들의 흥미 가득한 공간이 됐으니 더없이 기쁘다.

첫 개인전 ‘박성호의 고철 이야기’는? ; ‘Gallery 고철’에는 70×120mm의 작은 작품에서부터 2200×250mm의 큰 작품까지 30~40개가 있다. ‘Gallery 고철’이라고 새긴 1800mm 간판도 포함이다. 작품 소재가 알루미늄캔, 폐전자부품, 전선, 나무, 폐금속, 철수세미 등이다 보니 주변을 걸을 때마다 버려진 물건들을 모으는 습관이 생겼다.

현재까지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고, 내 작품을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쑥스럽지만 첫 개인전 ‘박성호의 고철 이야기’를 마련하게 됐다. 전시는 오는 31일부터 ‘Gallery 고철’에서 진행한다. 양림동에 찾아오는 많은 방문객들이 계속해서 이 공간의 작품들을 볼 수 있도록 전시 종료일은 일부러 정하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나 소재가 있다면? ; 가장 애장하는 작품은 내 첫 작품인 ‘철(鐵)부녀(세로500×가로250mm)’다. 지난 6월에 한국환경공단 주최 ‘2017 대한민국 환경사랑 공모전’ 정크아트 부분에 이 작품을 출품해서 장려상을 받았다. 3년 동안 한국환경공단에 전시하게 되는 바람에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서는 볼 수 없다.

가장 재미있게 작업했던 소재는 페인트 붓이다. 우연히 길을 가다 페인트 통에 붓질 모양 그대로 굳어버린 4개의 붓을 발견했고, 그 붓에 얼굴을 그려 넣어 마치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듯한 형태를 만들었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친구들(130×350mm)’이라는 작품이다.

박성호에게 ‘예술’이란? ; 주로 하는 작업이 정크아트다 보니 예술이란 고차원적인 것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누구나 보고 또 봐도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작품을 보고, 재료들이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고, “아~이런 부품이 이렇게 새 작품으로 탄생했구나!”라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2015년부터 3년 동안 눈여겨보고 있는 홈페이지가 바로 핀터레스트(https://www.pinterest.co.kr/)다. 이 공간은 나와 같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본인들의 작품을 올리면서 전세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주로 업사이클링, 정크아트들이 많다.

핀터레스트에 올라온 작품들을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소재를 이용해 작업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때론 ‘나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모든 작가들이 업사이클링, 정크아트 작업을 할 때는 “아이디어는 생각의 차이로부터 나온다”는 신념으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작업활동 계획이 있다면? ; 이번 첫 전시 ‘박성호의 고철이야기’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지속적인 작업 활동을 통해 대형작품을 만드는 게 바람이다. 작업공간이 다소 협소하다 보니 대형작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공공작품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작품활동을 꾸준히 할 계획이다.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면서, 가능하다면 지역작가 박성호로도 입지를 굳히고 싶다.

■박성호의 고철이야기’에 오신 모든 분들이 ‘산업폐기물은 공해인 줄만 알았는데 사람 손길 하나로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구나!’ ‘아무리 하찮은 것도 생각과 시간의 정성을 들이면 새롭게 탄생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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