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가 진보입니다

민형배 광산구청장 신년사 [전문]

 존경하는 광산구민과 공직자 여러분!

지난 해 한국사회는 크게 요동쳤습니다. 다양한 주장과 의견이 오갔고, 희망과 절망이 복잡하게 얽혔습니다. 민주주의의 일반적인 원리,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만든 제도적 약속에 따라 새로운 국가 운영의 시대가 곧 시작됩니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절망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의지, 하나의 질서가 세계를 일거에 바꾸지는 못하는 법입니다. 특별한 비관이나 유별난 낙관 모두를 우리는 경계해야할 것입니다.

세상살이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게 진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역사는 꾸준히 진보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만, 진보의 여정이 느릴지 빠를지,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우리들의 역량이 결정할 것입니다.

자치구는 ‘우리들의 역량’이 펼쳐지는 최소단위, 적정 공간입니다. 내가 사는 터전을 더 좋게 만들고 나와 이웃 사이에 더 많은 웃음꽃을 피우는 일은 우리의 몫입니다. 이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및 지원이 중앙정부의 역할입니다. 그래야 합니다.

살기 좋은 나라일수록 자치 수준이 높고, 거기에 ‘진보’의 답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치역량보다는 중앙정부가 우리 삶을 결정한다는 게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지난 시절의 경험이나 현실의 역학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옳거나 미래 가치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보다 나은 삶을 일구고 있는 국가들은 예외 없이 자치 수준이 높습니다. 예컨대 소득이 한국보다 3배 이상 높고, 인구와 면적에서는 한국의 1/5 수준인 스위스연방은 시․군 단위에서 독자적인 행정부, 의회, 법원을 운영할 정도로 자치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보에 대한 논의는 보편복지와 계급단위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새 정권이 출발하는 2013년을 맞아 저는 진보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자치공간’을 내 놓습니다. 자치는 하나 더 추가될 뿐인 진보의제가 아닙니다. 진보의제가 싹트고 열매까지 맺는 총괄영역이 자치공간입니다.

중앙정부의 행태와는 독립적으로 전면무상급식,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고도 부채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는 서울시의 사례만으로도 자치공간의 의미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치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는 진보의제는 좋은 씨앗과 연장을 준비했을 뿐, 경작할 밭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광산구가 먼저 진보의제를 발굴, 입장․논리․모범사례를 만들겠습니다.

제대로 된 자치가 제대로 된 진보를 가능하게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고쳐야 할 제도적 과제가 하나둘이 아닐 것이고, 저절로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래로부터 ‘자치가 진보다’는 입장을 강력히 제기하고, 논리를 정밀하게 제시하면서, 동시에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광산구민 여러분!

자치단체에서부터 진보의제를 발굴하고 실현해 가는 것, 올해 저와 광산구 공직자들은 이 부분을 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설정하고 일을 해갈 각오입니다. 총 6개 분야로 정리했습니다.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지역사회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데 광산구의 역량을 투입하겠습니다. 광산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돕는 가칭 ‘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농촌은 마을 단위로 도시는 아파트 단위로 주민들이 함께 즐거움을 찾아 가는 ‘광산형 지역공동체 조성’이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둘째, 모두에게 평등하고, 꼭 필요한 분들에게 맞춤한 복지시스템을 더욱 단단하게 구축해 가겠습니다. 횟수로 3년 째 접어드는 민관복지연대망 투게더광산의 역능을 신장시키고, 여성권익과 보육의 공적 책임을 높이는 한편, 다문화가정의 자립역량 강화를 돕는 일 등이 복지서비스의 중심축이 될 것입니다.

셋째, 다함께 잘사는 광산구를 만들기 위해 협동과 연대에 기반한 사회적 경제의 초석을 다져가겠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준공공분야 및 민간영역까지 확대하고,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모범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창출해가겠습니다.

넷째, 구민들이 일상의 공간에서 편안함과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공간을 조성하겠습니다. 생활권 가까이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체육 공간을 확대하고, 언제라도 맘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전시․공연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상지적으로 운용하겠습니다.

다섯째, 교육과 지식에 대한 공적 투자를 확대하겠습니다. 미래세대들이 집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을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장년층 이상의 구민들의 자기계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평생학습도시 인프라 및 프로그램을 더 촘촘하고 알차게 준비하겠습니다.

자유롭고 열정적인 공직문화를 일으켜 과제를 꼭 실현하겠습니다.

여섯째, 앞서 말씀 드린 다섯 가지 방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직사회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겠습니다. 불필요한 일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필요한 일에는 내외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키겠습니다. 일과 휴식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업무문화를 도입하여 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겠습니다. 학습과 경험의 기회를 대폭 늘려 모든 공직자의 역량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습니다.

존경하는 광산구민과 공직자 여러분!

지난 한 해 참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오늘 우리 모두는 새날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저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그렇지만 쉽게 희망을 말하기에는 경제현황, 정치여건 등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자치가 진보다’는 선언과 주장의 유효성이 드러나리라고 봅니다. 바깥바람이 찰수록 우리 끼리 몸을 부비면서 온기를 나눠야 다음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끼리가 ‘자치’이고, 온기를 나누는 것이 ‘진보’일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38만 광산구민여러분, 그리고 800여 공직자 여러분!   우리가 딛고 선 이 땅, 너무나도 사랑하는 광산구에서 함께 2013년의 희망을 만들어 가십시다.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013년 1월 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민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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