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천주교 진산 성지성당‘을 포함한 총 5건을 문화재로 등록하고, ‘경기도청사 구관‘을 포함한 총 4건은 문화재로 등록을 예고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등록 결정된 문화재는 ‘천주교 진산 성지성당‘,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고령 관음사 칠성도‘, ‘천로역정(합질)‘, ‘조선요리제법‘ 5건이다.

등록문화재 제682호 ‘천주교 진산 성지성당‘은 한국 천주교 최초 순교자로 시복(諡福)된 윤지충과 권상연이 선교활동을 하다 1791년 순교한 사건인 진산사건 일명 신해박해(辛亥迫害)의 발상지가 된 곳이다. 이후 교우촌을 형성하고 지역의 천주교 중심지 역할을 했던 진산면에 1927년 건축된 소규모 성당으로, 종교적 역사성이 있다. 또한, 절충식 한옥성당으로 기존 등록 사례와 차별되는 건축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내부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보존·관리상태도 양호해 등록문화재로 등록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등록문화재 제683호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은 일제강점기 건립된 조선식산은행 건물로서 여러 도시에 걸쳐 현존하고 있으며 이중 ‘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등록문화재 제164호)’,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대구시유형문화재 제49호)’ 등이 문화재로 보존·관리되고 있다. 등록문화재인 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과 비교할 때 은행시설과 일종의 관사로 볼 수 있는 부속공간이 결합된 것에서 충주지점이 더 완전한 원형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이 과거 일제강점기 충주지역의 대표적인 식민수탈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을 고려, 이를 통해 그 시대상을 잊지 않고 분명히 기억할 수 있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등록문화재로 등록, 보존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된다.

등록문화재 제684호 ‘고령 관음사 칠성도‘는 화기를 통해 1892년이라는 정확한 제작시기, 전기(典琪) 등의 제작자, 그리고 증명(證明)·송주(誦呪)·지전(知殿)·시주(施主) 등 제작체계와 후원자를 알 수 있어 이 시기 불화 연구에 있어 기준자료가 된다는 평가가 있다. 인물의 얼굴과 옷 주름 등에 명암법을 도입해 입체적 생동감이 느껴지며, 주존(主尊)과 권속(眷屬) 간의 격한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전통불화의 보수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주존과 권속들을 대등하게 등장시킨 파격적인 시도와 병풍을 배경으로 마치 단체 사진 찍듯 존상들을 배치한 구도와 형식은 개화기 전후 근대기 작가의 새로운 창작의지가 곁들여진 불화로 문화재로 등록할만한 가치가 있다.

등록문화재 제685호 ‘천로역정(합질)‘(天路歷程)은 영국 종교작가 존 버니언의 종교적 우의소설로, 선교사 제임스 스카스 게일(James Scarth Gale)과 부인 깁슨이 공동 번역했다. 개화기 번역문학의 효시(1895년)로서 국문학사적으로 당시의 한글문체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책자이다. 현대식 인쇄출판을 통한 기독교 문화와 복음 전파 그리고 외래종교를 주체적으로 수용한 당시 유명한 풍속화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삽도는 토착적인 전통이 반영된 한국 개신교 미술의 효시로 평가되고 있어, 국어학·개신교·미술사적인 면에서도 가치가 크다.

또한, 목판본과 신활자본 등 두 종의 판으로 동시에 발행한 사례는 우리나라 인쇄출판사상 희귀한 경우이며, 초판본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 중 초판본 2종(목판본과 신활자본)을 완본으로 소장하고 있고 보존상태가 양호한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 소장의 2종 5책을 ‘천로역정(합질)‘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해 보존할 가치가 있다.

당시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사과 교수였던 방신영(1890∼1977)이 1917년 저술한 등록문화재 제686호‘조선요리제법‘은 구전으로 이어지던 우리나라 전통 음식의 제조법을 체계적으로 완성한 요리서이다. 재료의 분량을 계량화해 소개하는 등 조리과학의 발전과 대중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판본이기 때문에 조선을 지나서 근대기 조리법의 변화를 알게 해주는 사료적 가치도 있다.

한편, 이번에 등록 예고된 문화재는 ‘경기도청사 구관‘, ‘경기도지사 구 관사‘, ‘서울 딜쿠샤‘, ‘김 골룸바와 아녜스 자매(석고상)‘ 4건이다.

‘경기도청사 구관‘은 1963년 경기도청을 수원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건축설계와 공사를 거쳐 1967년 6월에 준공된 건물로서 이 시기 전국적으로 건립된 관공서 건물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한국 1세대 현대 건축가로 활동했던 김희춘(1915∼1933)과 나상진(1923∼1973)의 공동 설계 작품으로 중정형(中庭型, 건물들 안에 뜰을 둔 구조) 평면 도입,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평면과 형태 구성 등 1960년대 한국 건축계에 큰 흐름을 보이던 모더니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건립 이후 현재까지 본래 용도인 행정업무시설로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등록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경기도지사 구 관사‘ 역시 경기도청 이전과 함께 지사의 공관으로 건축된 건물이다. 해방 이후 건축된 모더니즘 경향의 60년대 주거건축이 현재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간결하고 단순한 모더니즘 특성이 잘 반영돼 있는 공관 건물로서 가치를 담고 있다. 설계자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건축 디자인의 세부수법 등을 통해 볼 때 ‘경기도청사 구관‘ 설계자인 김희춘과 나상진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딜쿠샤‘는 일제강점기 당시 UPA 통신사(미국 통신사 UPI의 전신)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3·1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의 독립 운동가들을 도왔던 알버트 테일러(Albert W. Taylor)가 1923년에 지어서 1942년 일제에 의해 추방당할 때까지 가족과 함께 살았던 가옥이다. 또한, 총면적 624㎡에 이르는 붉은 벽돌의 장방형(사각형) 평면을 가진 완전한 서양식 2층 대저택으로 건축적 가치도 있다. 딜쿠샤(DILKUSHA)는 인도의 딜쿠샤 궁전에서 따와 작명한 힌디어로 ‘이상향·기쁨’의 뜻을 담고 있으며 저택 초석에 새겨져 있는 이 건물의 별칭이다.

‘김 골룸바와 아녜스 자매(석고상)‘은 우리나라 현대 조각가 1세대에 속하며 한국 가톨릭 조각의 선구자인 김세중(1928~1986)의 대표작으로, 1839년 기해박해(己亥迫害) 당시 순교한 김효임·김효주 자매를 조각한 작품이다. 1950년대까지 한국에서는 석고가 조각의 주재료였으나 대부분 파손됐거나 원형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본 석고상은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제1회 성미술전’ (1954년)에 출품됐던 작품으로서 1950년대 한국미술사의 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사료적, 미술사적 가치가 크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협력해 문화재로 등록된 ‘천주교 진산 성당‘ 등 5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에 등록 예고된 ‘경기도청사 구관‘ 등 4건은 30일간의 등록 예고 기간 중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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