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광주 전통문화관 ‘쑥대머리에서 초록달까지’앨범 수록곡 10여곡 선봬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에 찬 자리여/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 보고지고...’  TV 프로그램에서 국악인 박애리 씨가 애절하게 부르는 ‘쑥대머리’를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는 임방울 명창이 불러 유명해졌고 그 이후 ‘오철’이라는 싱어송라이터가 편곡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국악가요 ‘쑥대머리’가 탄생했다. 본업이 한의사인 오철 씨가 지난 2011년도에는 ‘화접몽밴드’를 결성해 3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면서 락, 국악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하고 있다.

24일 광주문화재단에 따르면, 7년 동안 대중성을 지향하는 음악활동을 통해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는 ‘화접몽밴드’가 오는 27일 오후3시 전통문화관 특별기획공연에 출연한다. ‘화접몽밴드’ 리더 오철 씨에게 이번 공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의사이자 싱어송라이터는 흥미로운 이력인데? ; 대학시절 세명대 한의대를 다니면서 락밴드, 노래패 등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여러 공연을 했다. 공연하며 부르는 모든 곡들이 남이 만든 노래였고, 이 부분에서 나만의 곡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음악도 글이나 그림처럼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그것을 통해 남과 소통하는 행위,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곡들을 하나 둘 써보기 시작했고 한의사가 되기 전에 1999년도에 1집 ‘이봐여 아저씨’를 발매하며, 싱어송 라이터로 먼저 데뷔하게 되었다.

싱어송라이터 오지총? 화접몽밴드? ; 오지총은 활동 당시 사용했던 예명으로 1999년도 1집 ‘이봐여 아저씨’를 시작으로 2006년도 2집 ‘OZZYCHONG 2ND–다시’, 2006년 외롭지 않은 섬 ‘DIGITAL SINGLE’, 2007년도 2.5집 ‘EPISODE #1 [EP] -다시’ 등을 발매했다. 이 시점에서 더 만족할만한 곡들이 나오지 않는 한계를 느꼈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Jazz를 접하게 됐다. 그 이후 1년 정도 재즈보컬로서 연습을 하다가 뜻이 맞는 사람을 모아 밴드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재즈클럽에서 연주하는 뮤지션 정도를 목표로 했으나 앨범을 만드는 등 성과를 만들고 싶었고, 특색 있는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가요와 재즈가 결합한 곡들을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팝재즈 밴드 ‘화접몽밴드’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화접몽’은 ‘꽃과 나비의 꿈’을 의미하는데 아름다웠지만 슬픈 꿈일 수밖에 없었던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접몽’은 현재 서울에서 직접 운영하는 한의원의 명칭이기도 하다.

현재 ‘화접몽밴드’는 드럼 이우진, 베이스 조문현, 피아노 최한글, 색소폰 김형태, 보컬 오 철 등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를 통해 ‘화접몽밴드’를 알게 된 분들이 항상 하는 말이 “‘화접몽밴드’는 한의사밴드 또는 직장인 밴드겠구나”라고 한다. 그런데 나를 제외한 4명이 모두 실용음악을 전공한 친구들이다. ‘화접몽밴드’를 처음 접하신 분들이 직장인 밴드로 착각하시는 이유가 아마도 성숙한 외모 때문인 듯싶다.(웃음)

 ‘화접몽밴드’는 지난 2011년 1집 ‘초록달’ 이후 현재 3장의 정규앨범, 1장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결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를 꿈꾸고 있다. 락, 국악 때로는 EDM적 요소를 결합하되 억지로 섞어서 만드는 퓨전이 아니라 올곧게 우리의 음악적 색깔로 이해한 후 풀이하는 화법으로 끊임없이 대중성을 지향하는 재즈 밴드다.

‘화접몽밴드’의 곡들은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그 컨셉이 변화해 왔는데 1집은 주로 가볍게 재즈를 접할 수 있도록 했고, 2집은 가사에 동화적인 요소가 가득한 앨범이다. 3집은 문학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들이 많이 수록돼 있다. 결과적으로 ‘화접몽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은 사람들이 접하기 쉽도록, 가요인데 재즈라는 요소를 이용해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고전히트 판소리 ‘쑥대머리’ 작곡은 어떤 계기로? ; 지난 2007년도에 ‘뮤지컬 Mr.방자’의 음악감독을 하는 기회가 생겨 이때 춘향전 전체를 가요로 바꾸는 시도를 했다. 그 중 한 곡이 ‘쑥대머리’였다. 아시다시피 ‘쑥대머리’는 춘향이 옥중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대목으로 일제강점기에 임방울(1905~1961) 명창이 빼어나게 잘 불러 소위 ‘쑥대머리 신화’를 창조한 대목으로 유명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임방울 명창이 부른 ‘쑥대머리’ 원곡을 무시하고, 해체한다는 반발이 있었지만 국악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국악가요로 편곡해서 현재의 ‘쑥대머리’가 나오게 됐다.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다. 편곡된 ‘쑥대머리’ 첫 공연은 대실패였다. 하지만 관람객 중 국악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그 편곡된 ‘쑥대머리’를 칭찬해 주셨다. 그 이후 국악인 박애리 씨가 이 곡을 다양한 방송에서 선보이면서 대중들의 인기를 받게 되었다.

이번 주 ‘쑥대머리에서 초록달까지’공연 소개 ; 광주에서는 예전 오지총이란 이름으로 활동 당시 노무현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때 금남로 일대에서 공연했고, 올해 금남로 야외무대에서 MBC난장공연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전통문화관 토요상설공연 ‘쑥대머리에서 초록달까지’ 공연이 세 번째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팝재즈밴드로 활동하면서 항상 숙제로 안고 있던 ‘국악을 녹이는 음악에 대한 도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국악을 녹이는 음악에 대한 도전’은 올곧게 내가 아는 범주 안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창작물을 만드는 도전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퓨전이란 말을 싫어하는데 본질적으로 다른 것들을 억지로 결합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억지로 결합하면 기형을 유발하는 좋지 않은 결과물을 산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번 공연 ‘쑥대머리에서 초록달까지’는 국악, 재즈, Rock, 발라드, 팝 등 ‘화접몽밴드’가 선보일 수 있는 모든 장르를 총망라한 최상의 결과물 공연이라고 자부한다.

이번 공연 무대에 올리는 곡은 편곡된 ‘쑥대머리’와 임방울 명창의 원곡 버전도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람객들의 두 곡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 외에 대부분 곡들은 ‘화접몽밴드’의 곡들로 댄스락재즈까지 들을 수 있다. ‘초록달(1집. 2011.)’은 통통 튀는 가벼운 현대 재즈, ‘Simulacre(3집. 2014.)’는 하드한 Jazz, ‘HJMBlues(싱글. 2016.)’는 Rock 느낌의 곡이다.

이번 공연 관람 포인트? ; 말씀 드린 대로 이번 공연은 임방울 명창 원곡 ‘쑥대머리’와 편곡된 ‘쑥대머리’를 비교하며 들을 수 있고, 그 외의 곡들은 화접몽밴드의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화접몽밴드의 공연은 가사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그 안에 삶에 대한 지혜와 이해 그리고 우리 밴드가 사회에 던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빛가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