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문화창의센터, 왕궁면. 신동 대상으로 시범사업 본격 추진

단독주택에 살면 관리가 걱정이다. 아파트처럼 누가 나서 관리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 여유와 힘이 있어 낡고 허름한 부분을 그때그때 보수할 수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도 않다면?  이런 이유 때문에 사회취약계층, 특히 장애인, 노인, 여성들은 주거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익산시는 이들의 주택 관리를 위해 올 8월 ‘주택문화창의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지난달부터 왕궁면과 신동을 시범사업 지역으로 정하고 홍보와 함께 주민들로부터 불편사항을 접수하고 있다.

주택문화창의센터는 센터장과 전기 2명, 건축설비 2명, 주거복지 2명 등 각 분야 전문가 6명이 사회취약계층이 거주하는 단독 및 소규모 주택을 돌며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일반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입주민에게 제공하는 각종 점검과 수선, 문․창․부속품 교체와 배선기구 교체, 전등 부속품 교체, 가구류 교체, 타일과 수도꼭지류 점검 교체 등 29개 항목이다.

마을 주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는 영화 ‘홍반장’의 주인공처럼 매일 잰걸음으로 현장에 나서는 주택문화창의센터 직원들을 따라가 본다.

9월 10일 센터 직원 7명은 왕궁면 금광마을을 찾아 서비스 제공 전 사전점검을 진행했다. 이들은 금광마을 송호림 이장의 안내로 기초와 차상위 사회취약계층 3가구를 차례로 방문했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80대 노부부가 사는 집. 노부부의 깊게 패인 주름만큼 집은 곳곳이 낡고 허름했다.

주방을 신식으로 개량했지만 헛간과 화장실에는 아궁이가 있을 때의 그을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전깃줄과 전구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주방 입구문은 아귀가 맞지 않아 꼭 닫히지 않고 싱크대 문도 한쪽 경첩이 떨어져 삐걱거렸다.

센터 직원들은 전기 배선과 문 수리 등 분야별로 각자 손 볼 곳과 필요한 재료들을 각각 수첩에 적고 사진에 담아 기록했다. 또, 물은 잘 나오는지, 보일러는 잘 돌아가는지, 방은 따뜻한지를 마치 친자식처럼 세심하고 꼼꼼하게 점검했다. 이들은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료를 구입하여 교체와 보수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가볍게 손보거나 교체가 가능한 곳들은 센터 직원들이 직접 점검을 통해 보수를 하게 되지만 문제는 시골 주택의 경우 지은 지 오래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곳이 많아 29개 범위를 벗어나는 항목이 무척 많다는 것.

집 주인 할아버지는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야. 항아리를 묻은 화장실 독이 깨졌는지 조금씩 새고 있는 거 같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셨다.

이석란 주거복지 전문 상담원은 농촌개량 사업을 지원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돕겠다고 할아버지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드렸다.

다음 집 역시 70대 할아버지 혼자 거주하는 집으로 비만 오면 옥상에서 여러 차례 물이 새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옥상에는 깊게 틈이 패인 곳이 많아 당장 보수가 시급해보였다.

이번에도 센터에서 진행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였지만, 페인트가 굳지 않고 보관돼 있다는 말에 최유철 센터장은 기꺼이 수리를 돕겠다고 나섰다.

“당장 물이 새서 불편하신데 지나칠 수 없죠. 인력도 있고 재료비도 들지 않으니 이럴 때는 센터에서 보수 작업을 도와드립니다.”

마지막 집은 70대 할머니가 혼자 거주하는 집으로 낡은 싱크대 때문에 주방에서 일하기가 불편하다고 하셨다.

“싱크대를 완전히 갈아주는 줄 알고 이장님께 부탁드렸는데…….”
부서진 싱크대 다리 정도만 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자 이내 서운한 눈치였던 할머니는 중고 싱크대를 구해드릴 테니 재료비는 부담이 가능하냐는 직원들의 말이 “그렇게만 해주면 나야 고맙지.”하며 금세 웃어보였다.

“시설물이 낡아서 교체할 경우 저희가 보수방법과 자재비, 관련업체의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분은 중고 싱크대를 어디서 구해야할지 모르시는데, 저희는 그런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연계해서 처리해드려야죠.”

이외에도 주택문화창의센터는 세대의 누수나 누전, 동파, 배관 막힘 등 긴급 사항 발생시 신속히 방문하여 응급조치를 실시한다. 또, 에너지 절감을 위해 조명기기 교체와 주택의 단열상태를 살피고 정기적인 안전점검도 병행한다.

주택문화창의센터 최유철 센터장은 “사회취약계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거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며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왕궁면과 신동 이외 지역까지 범위를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주택문화창의센터- 익산시 팔봉동 345(공설운동장 락카룸 114호) ☎ 859-4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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