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기준을 통해 복면금지법을 실현하려는 꼼수를 철회해야

양형위원회가 최근 공무집행방해범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 법사위 야당 의원들이 이를 꼼수라 지칭하고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박주민, 국민의당 이용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26일 성명서를 내고 ‘양형위의 양형기준은 헌법보다 위에 설 수 없다’며 양형기준을 통해 복면금지법을 실현하려는 꼼수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26일 박주민의원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5일 회의를 열어 공무집행방해범의 가중처벌에 관한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고 오는 7일까지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들어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기준에는 신원확인 회피 목적으로 신체일부를 가리고 범행하는 경우가 추가돼 가중처벌 인자로 삼게 된다. 이렇게 되면 향후 전국 법원이 공무집행방해범의 복면 착용 여부를 참고해 형량을 가중하게 될 전망이다.

이들 의원들은, 과거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됐던 점을 감안해, 양형기준이 수정되면 집회 시위의 자유가 위축되고 침해를 받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IS(이슬람국가)를 언급하며 ‘복면 시위는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로 다음날 국회에서는 여당 의원에 의해 복면착용금지법이 발의됐다. 그러나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이러한 시도는 2003년 이래 몇 차례 있었으나 집회 시위의 자유권 침해에 대한 논란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들 의원들은 2003년 헌법재판소가 집회 참가자는 복장을 자유로이 정할 수 있다는 결정과 2009년 국가인권위가 헌재의 이 결정을 인용하며 당시 발의됐던 복면금지법에 대해 ‘집회 시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던 점을 들어 복면금지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대한 보장해야 할 집회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거나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을 법률이 아닌 양형기준을 통해 도입하려는 것은 명백히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는 우회적 방법이자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주민 의원은 “양형위는 양형기준이 헌법보다 상위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즉각 수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서 [전문]

양형기준은 헌법보다 위에 설 수 없다!  양형위원회는 양형기준을 통해 복면금지법을 실현하려는 꼼수를 철회하라!!

헌법상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 위축시키려던 시도, 번번이 무산돼

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이슬람국가)까지 언급하며 “복면 시위는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로 다음날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집회·시위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복면금지법을 발의했으나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법안이 발의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 아니다.

2003년 하반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청이 복면 집회 금지 의견을 냈지만,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반발에 부딪혀 법안으로 제출되지도 못했다.

2006년 10월에는 민주당 이상열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이 유사한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냈지만, 이 역시 인권침해 논란 끝에 폐기됐다. 2008년 10월에도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러한 입법 시도는 자유와 인권을 억압할 우려가 크다는 우려와 반발에 또 다시 무산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원회도 우려하는 ‘복면금지’

그런가하면 헌법재판소도 2003년 10월 ‘주최자는 집회의 대상과 목적, 장소, 시간에 관해, 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헌재 2000헌바67). 법률전문가들은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복장의 자유가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에 의해 보장될 뿐 아니라 복면 등의 복장이 폭력시위로 이어질 염려가 있더라도 사전에 규제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2009년 6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헌재의 이 결정을 인용하며 당시 발의됐던 복면금지법에 대해 ‘집회 시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리수? 꼼수? 양형위의 양형기준 추가 시도 철회해야

양형위는 지난 5일 회의를 열어 공무집행방해범의 가중처벌에 관한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고 오는 7일까지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들어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양형기준에 신원확인 회피 목적으로 신체일부를 가리고 범행하는 경우를 추가해 가중처벌 인자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전국 법원이 공무집행방해범의 복면 착용 여부를 참고해 형량을 가중하게 될 전망이다.

과거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됐던 점을 생각한다면, 양형기준에 의해 집회 시위의 자유가 위축되고 침해를 받을 것임이 명백하다. 더구나 양형위는 지난 7월에도 회의를 열어 이를 통과시키고자 했으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의결하지 못했음에도 4개월만에 다시 회의를 열어 강행하려는 것이다.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항을 입법기관도 아닌 양형위가 양형기준을 통해 실현하려는 것은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는 우회이자 꼼수이다.  양형기준은 헌법 위에 설 수 없다! 양형위는 이를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2016년 9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박주민, 국민의당 이용주, 정의당 노회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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