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교과부 훈령이 아닌 법률적 근거 마련될 때까지 무기한 기재 보류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은 4일 국회에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사항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장교육감은 이날 오전 본청 기자실에서 학교폭력사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문제에 국회와 제 정당,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장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교과부의 지침에 의한 학교폭력 관련 조치사항의 기재 강제는 학생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소년법을 위반하는 등, 명백히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만큼 국회와 제 정당, 정부가 나서서 법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한, 9월 4일 이후 학교폭력 관련 학생부 기재는 기본적 인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사안으로, 교과부 장관의 훈령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에 따른 법률적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시행을 무기한 보류하고 교과부의 지침이 철회될 때까지 법적 투쟁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장교육감은 “ 이 땅의 어느 학생의 인권도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입장,  발표문 전문]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기재 문제 국회와 제 정당,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교과부”라 함.)가 2012년 3월 1일부터 초중고등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기재한다고 한 이후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의견 충돌로 인해 학교 현장이 혼란스럽습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교과부의 이러한 조치가 학생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가져온다는 점을 들어 시행을 보류하였고, 임박한 대학 수시 전형에 응시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 한하여 기재하도록 한 바 있습니만, 결코 교과부 지침이 갖고 있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요소에 동의하거나 교과부의 특별 감사 압력에 굴복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 저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광역시 교육감으로서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지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천명합니다.

첫째, 오늘 이후 학교폭력 관련 학생부 기재는 기본적 인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사안으로, 교과부 장관의 훈령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에 따른 법률적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시행을 무기한 보류합니다.

둘째,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 지침이 철회될 때까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셋째, 현행 학교폭력 관련 학생부 기재 훈령의 위헌, 위법성을 고려하여 대학입시에 평가사항으로 반영하지 말기를 대학교육협의회와 대학 당국에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넷째, 이제는 국회와 제 정당이 나서 학교폭력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지침의 위헌, 위법적 사항을 바로 잡아 인권과 교육적 가치를 담은 법률 입안에 나서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다섯째, 정부는 학교폭력 관련 학생부 기재를 담고 있는 학생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과학기술부훈령 제257호, 2012. 06. 29)의 문제 해결과 대책 마련에 조속히 나서 혼란을 막아주실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교과부의 지침은 다음과 같이 명백한 헌법과 법률의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지침에 의한 학교폭력 관련 조치사항의 기재 강제는 학생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 37조 제 2항이 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에서 위반하고 있습니다.

둘째, 각종 법률과 충돌하거나 법익의 균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은 이미 소년법을 위반하였습니다. 소년법 제70조(조회 응답)는 “① 소년 보호사건과 관계있는 기관은 그 사건 내용에 관하여 재판, 수사 또는 군사상 필요한 경우 외의 어떠한 조회에도 응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징계의 대상이 되는 행위보다도 훨씬 더 무거운 비행에 속하는 소년보호사건에 관해서도 법률은 원칙적으로 외부의 조회에 응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학교폭력 또는 소년의 비행에 대한 기록의 처리원칙을 입법자가 결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입법자의 이러한 결단을 침해하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교과부 지침은 소년법에 드러난 학교폭력에 관한 입법정신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셋째, 헌법상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회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이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제공에는 엄격한 제한이 따릅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제22조). 그리고 이 법률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침해한 경우에는 엄중한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개인정보보보호법 제70조 이하). 교과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하는 개인정보 처리의 원칙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학교폭력 관련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사항을 기록·보존함으로써 학교폭력을 예방하겠다는 것은 그 실효성이 의문스러운 반면, 그로 인하여 야기되는 교육적 부작용, 인권 침해 등은 한 학생의 인생 자체를 바꿀 수도 있을 만큼 매우 심각합니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가 얼마나 무리한 대책인지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대책은, 정의롭지도 않을 뿐 아니라 법 상식에도 어긋나고, 최소한의 교육적 가치도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인 대책입니다. 한마디로 교육과 인권의 이름으로 허용할 수 없습니다.

교육은 한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어려움을 성숙한 어른들이 돕는 일입니다. 잘못에 명백한 책임을 묻는 일과 함께 관용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성찰과 재기의 기회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제공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나, 장래의 기회까지 박탈하거나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또 다른 폭력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간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한 많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아픔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피해 학생들에 대한 인권보호와 학교폭력예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합니다. 그러나 정책은 신중해야 합니다. 형벌이 강화된다고 범죄가 쉽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해결의 당위성이 아무리 강조되어도 수단이 정당하지 못하고, 적합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게 됩니다.

더 늦기 전에 국회와 제 정당, 정부 차원에서 헌법과 법률에 위배됨이 없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주기를 호소합니다. 이 땅의 어느 학생의 인권도 침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12년 9월 4일
광주광역시교육감 장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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