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 DS갤러리에서 9월 10일(목)~16일(수)까지, 7일간

(사)광주민족미술인협회 이상호 회원이 첫 번째 개인전 “역사의 길목에 서서” 란 주제로 광주 동구 예술길에 위치한 DS갤러리에서 오는 9월 10일부터 16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전시회가 열린다.

이상우작가는  이번에 갖게될 제1회 개인전시회에 대해 " 이번이 첫 개인전이지만 걸게그림을 많이 그려 그림 그리는데 많은 보람을 느꼈다. 그 보람을 지속적으로 간직하기 위한  전시회이기 때문에 의마가 깊다."고 했다.

한편, 박구용(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교수는 “상처 입은 천사의 사회적 표현주의” 란 전시 평을 통해 "작가 이상호는 어느 늦봄 클레의 천사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나를 찾아왔다.   “오늘도 미국과 일본을 증오하며 내 얼굴을 그린다. 나의 붉은 피를 바쳐 나의 조국 사랑하리!” 이상호의 자화상은 이처럼 상처 입은 천사가 걸칠 수밖에 없는 갑옷이었다.

“나는 니 같은 놈을 가장 싫어한다. 차라리 노동자, 농민의 자식이라면 내가 참는다! 느그 아버지는 전두환 뽑아 놓고 너는 전두환 물러나라고 하냐?” 86년에 잡혀간 동부경찰서에서 폭력을 가하던 경찰이 한 말이다. 살인자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만든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었던 아버지가 역사의 죄인이라는 생각에 정신적 혼란과 착란이 덮치고 만다.

87년 6월 항쟁 동안 그는 쉬지 않고 판화를 팠다. <깃발 든 사람>을 따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중앙로 전투>에서조차 그는 <통일염원도>에 몰입한다. 시대의 부조리와 작가 내면의 부조화가 중첩되면서 이상호는 <구토>에 시달리며, <그만 좀 쫓아와라>고 외치지만 무자비한 폭력은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다. 마지막으로 <죽창가>를 금남로 한 복판에 새긴다.

그렇게 6월 항쟁이 기울어갈 때쯤 동료들과 제작한 <백두산 자락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아크릴, 1987)로 이상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다. 이 땅의 고통받는 민중들의 비탄을 위로하며 봄이 되면 한반도 전역에 붉게 피어오르는 진달래꽃이 최초의 국가보안법 적용이라는 명예를 부여했다. 북한을 상징하는 꽃이 목란이란 것도 모르는 자들의 고문을 받다가 작가 이상호는 다시 정신 줄을 놓는다.

“네가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한다면 식구통(배식구멍)에 양 손목을 내라! 그 증거로 손목을 자르겠다.”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밤에 군복을 입고 나타난 박정희가 그의 의지를 실험할 모양으로 조롱을 섞어 내뱉은 말이다. 이상호는 식구통에 두 손을 내놓고 “왜 안 자르는 거야! 왜 안 자르는 거야!”를 외치며 외로이 싸운다.

정신을 묶어둔 감옥에서도 작가는 자유를 찾는다. 묶인 채로 두들겨 맞는 날이 허다했지만 그는 환우들이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초상화를 그려주곤 한다.

<임종 오분 전에 아버님>(1995)을 지켜보며 작가의 손은 자신의 정신을 뒤흔든 모순을 파고든다. <병실에서 아버지>(1995)는 자신의 죄를 묻는 아들에게 자연의 심판을 암시하는 사건을 연출하고 떠난다. 그런 방식 말고는 화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작품에서 구사하고 있는 이상호의 희망 노래는 <조대병원에서 김영철 오월투사>(1998)의 마지막 모습에서도 신음소리로 뒤바뀐다.

<일본군의 만행>(1993)으로 지옥의 형벌을 견디며 살아온 북한 정옥순 할머니의 몸에 새겨진 문신에서 능욕을 구제할 수 있는 어떤 언어도 찾을 수 없다. 이상호의 예술은 비참에 대한 사회적 의식의 표현이 된다.

이상호가 내리는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1995). 두환과 태우라는 군부독재자들과 친일파들의 손에 줄지어 수갑이 채워져 있다. 이상호의 희망대로 역사심판의 그림들이 민족미술관 같은 곳에 걸린다면 이 나라 역사의 죄인들은 영원히 수갑을 차고 살아야 하니 화가의 심판보다 무서운 형벌은 없다. <권력해부도>(1989)에서 시작된 미국 심판은 <지옥도>(2000)에서 멈추지 않고 <미군정하에 학살자와 생존자>(2008)를 색출하는 과정으로 구체화된다.

사이비 예술이 지금을 찬양한다면, 진정한 예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호출한다. 이상호는 만남과 소통, 그리고 연대의 끈이 끊어지기 전의 세계를 끝없이 호출한다. 이를 위해 그는 80년대를 떠나지 않고 그 때 동지들과 함께 했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고 싶지 않은 진실을 보도록 강요하는 그림 속에 괴물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진리는 오늘 우리가 누리는 안락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말해준다. 아무리 바빠도 상처 입은 이 땅의 천사를 홀대해선 안 되는 이유다.

날개 잃은 이 시대의 천사는 <아미타여래도>(목판, 1998)에서 인간과 부처가 한 몸으로 만난 최고의 예술, 700년 동안 잃어버린 예술을 되찾는다. 오랫동안 고전예술이 지향했던 지상과 천상의 화해를 가장 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볼수록 아픔이 밀려온다. 너무 섬세하게 맑아서, 너무 뚜렷하게 빛나서 나는 오늘이 너무 흐리고 어둡다.
아침 아홉시다. 3년째 아홉시 반이면 선덕사로 출근하던 그의 발걸음이 오늘도 내일도 이어지길 바란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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