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한글 배우면서 의료비 아껴 100만원 모아 / 진월동 한국아델리움‧백운2동 주민들도 기부 동참

“나처럼 배우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써 주세요. 의료비도 아껴가며 마련한 장학금입니다.”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80대 어르신부터 바자회 수익금을 기부한 마을 주민들까지, 광주 남구 관내에서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세밑 온정이 잇따르고 있다.

▲ 박덕임 할머니,
▲ 박덕임 할머니,

23일 남구에 따르면 진월동에 거주하는 박덕임(85) 할머니의 장학금 기부는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박씨 할머니는 최근 진월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직원에게 “한글을 가르쳐줘서 고마웠다”고 말한 뒤 보라색 편지 봉투를 건네고 자리를 떠났다.

편지 봉투 겉면에는 수기로 작성한 할머니 이름과 거주지 주소가 삐뚤빼뚤하게 적혀 있었고, 봉투 안에는 의료비를 아껴가며 모은 현금 100만원이 담겨 있었다.

장학금을 기부한 이유는 가난으로 인해 글을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슴 속 응어리를 문해교실을 통해 해소하게 된 고마움 때문이었다.

박씨 할머니는 맺힌 응어리를 남김없이 풀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남구청에서 실시한 문해교실을 찾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평생 학습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박씨 할머니는 올해 열린 문해교실 글짓기 한마당에서 이해인 수녀의 ‘꽃밭에서’ 시 작품을 필사본으로 제출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 너무 힘들게 살아와서 배우지 못했다. 우리 자식들도 다 알고 있고, 나처럼 배우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 이렇게 글씨를 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관내 주민들도 연말을 앞두고 지역인재 육성에 힘을 보탰다.

진월동 한국아델리움 1차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난달 이웃간 소통과 자원 재활용을 위해 아나바다 장터 및 아이들을 위한 그림‧표어 짓기 행사를 개최한 뒤 수익금 50만원을 남구장학회에 기부했다.

또 백운2동 주민자치회도 기부물품을 후원 받아 지난 12월 4일 푸른길 공원에서 ‘백운2동 행복나눔 바자회’를 열어 판매 수익금 50만원을 남구청에 전달했다.

남구 관계자는 “인재 육성을 위해 장학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린다”며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장학금은 지역사회 발전의 소중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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