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없는 무분별한 개발이 전통 지명 멸실 촉진

정부와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발과 도로명주소 사용이 전통 지명의 ‘멸실’을 촉진한다는 지적이 한 국어학자(國語學子)에 의해 제기됐다.

4일 전남대학교에 따르면 한국지명학회 회장이자 국가지명위원회 위원인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손희하(사진) 교수는 최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주최로 열린 국제 지명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문화유산으로서 지명’이란 주제로 열린 이 심포지엄에서 손희하 교수는 ‘지명의 멸실과 변용, 이의 방지를 위한 제언’(The Loss and Transformation of Meaning in Korean Place Names, and Suggestions for its Prevention)이란 논문을 통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명 멸실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 원인과 방지대책을 제시했다.

손 교수는 논문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명의 멸실은 대부분 수몰과 택지조성, 산단조성, 도심 재개발 등에 기인한다”면서 “멸실하는 지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면적인 조사와 멸실 방지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이어 “지명을 복합문화유산으로 보는 게 세계적인 흐름임에도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특히, 정부가 도로명 주소 사용을 강제하면서 전통 지명의 멸실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사라져가는 전통지명을 보존하기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하면서 그 첫걸음으로 “지명 관련 조사 연구실을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손희하 교수는 국립국어원 국어정책 진흥본부장 겸 언어정책부장, 국어심의회 어문규범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지명학회장, 국토해양부 국가지명위원, 전라남도 문화재위원 등을 맡고 있다. 그는 또한 무등산 보호단체협의회 정상화(비상)대책위원회 공동의장, 광주·전남문화유산연대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무등산 ‘무돌길’ 명칭을 제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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