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일 전국 각지에서 준비모임 후 대전교구로 모여

프란치스코 교황이 함께하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AYD: Asian Youth Day)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천주교 대전교구(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23개국에서 2천여 명이 참가하며,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라는 주제로 5일간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지난주부터 입국, 국내 전 지역의 천주교 신자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최종 준비모임을 가졌다. 개막미사는 2014년 8월 13일(수) 오후 대전교구 대표 성지인 솔뫼 성지(충남 당진시 소재)에서 거행된다. 이곳은 최초의 한국인 신부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가 나고 자란 신앙의 요람이다.

개막미사에서 아시아 청년들은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두 위대한 사도(使徒)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스도교 박해자였다가 회심해 선교사로 변신한 바오로(사도행전 9장), 고기 낚는 어부였다가 교회의 주춧돌이 된 베드로(요한 복음서 1장) 이야기다. 초대 교회를 세우고 신앙을 위해 순교한 두 사람의 소명담을 통해, 참가자들은 복음의 기쁨을 전하도록 부름 받은 가톨릭 청년의 소명을 되새길 것이다.

14일(목)은 아시아 여러 나라의 교회 역사에 청년들의 신앙을 비춰보는 날이다. 프로그램 장소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이하 수련원)이다. 한국 참가자들이 먼저 연극으로 한국 교회 역사를 소개한 다음, 외국 참가자들도 자국에 가톨릭 신앙이 전파되고 교회가 성장한 역사를 발표한다.

이를 토대로, 청년들 개개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 안에서 어떻게 신앙을 받아들이고 키워왔는지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시아 교회 대부분이 가톨릭과 전통 사회의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 만큼,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아시아 가톨릭 신자들의 순교 역사가 집중 부각될 것으로 대전교구는 내다보고 있다.

15일(금)에는 예고된 대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하는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이 솔뫼성지에서 펼쳐진다. 16일(토)은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인 홍콩 출신의 사비오 혼 타이파이 대주교의 강연에 이어, 대전교구 지역의 교우촌과 순교 현장을 답사하는 도보 순례가 예정돼 있다. 닷새간의 대회는 17일(일) 오후 해미읍성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폐막미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주관 교구인 대전교구는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를 관할한다. 1770년대부터 충청도 내포 사람인 이존창이 신앙을 받아들이면서 천주교 공동체가 탄생했다. 한국의 첫 사제 김대건(안드레아), 두 번째 사제 최양업(토마스)의 출신지이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가 탄생한 지역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의 교우촌과 순교지 등 19개 성지가 있으며, 성지가 많은 교구 특성을 활용해 도보순례, 자전거 순례 등의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위원장 대국민 메시지]  전문

프란치스코 교종과 함께 평화를 나눕시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이틀 후면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이 땅에 오십니다. 교종께서는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아시아의 젊은이들과 함께 어우러지시고, 124위의 순교자들을 복자품에 올리는 시복식을 통해 진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신 우리 선조들의 증거의 삶을 온 세상에 공포해 주실 것입니다.

아시아 청년대회에 보편교회의 수장이신 교종께서 직접 참가하시는 일은 처음입니다. 이는 아시아 대륙 전체에서 보면 한 줌도 안 되는 소수의 가톨릭 젊은이들이지만 용기를 내어 이 광활한 대륙에서 하느님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실어 나르는 파발꾼이 되기를 초대하고 격려해 주시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거행되는 시복식도 교종의 특사가 집전하시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이번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 미사를 손수 주례하고자 찾아주십니다. 그것은 진리를 위해 목숨 바치는 순교자들의 충성과 신의를 물질주의와 상대주의적 가치관 속에 파묻혀 사는 오늘의 우리가 상기하고 본받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많은 번민에 휩싸여 있습니다. 남북한의 여전한 냉전 구도, 아시아 이웃 나라들과의 갈등, 국내적으로는 경제지수의 흑자 행진에도 불구하고 급속도로 양극화된 계층 간의 격차, 거기에다 국가 운영 시스템 전체의 패착이 송두리째 드러난 세월호 침몰 같은 참혹한 대형사고가 일어나고, 나라를 지켜야 할 군 병영 내에서 비인간적인 폭력이 일상화되고 관행적으로 되풀이되는 치부가 드러나면서 우리 국민들이 심한 충격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 곁을 제일 먼저 찾아가시는 프란치스코 교종이시니 오늘 이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우리 곁에 오셔서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위로와 희망의 복음을 들려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초대교회의 사도들은 주로 여행하며 일하였습니다.

가장 많은 여행을 한 사도 바오로는 여러 지역교회를 방문하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방문의 목적은 첫째로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둘째로는 그 지역교회가 겪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격려하고 절망에서 일으켜 세우기 위함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도 우리의 현실에 필요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보고 듣고 공유하시며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희망을 선포해 주실 것입니다.

교종께서 아시아 대륙에서도 가장 먼 한반도를 제일 먼저 찾아주시는 것은 우리와 함께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시려는 염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가장 큰 염원을 함께 짊어지시기 위해서입니다. 고령의 연세에 휴가도 마다하고 먼 길을 떠나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오십니다.

교종께서 우리와 함께하는 기간 동안 우리도 그분의 뜻에 마음을 하나로 모아, 그분이 전하고자 하시는 ‘사랑과 희망’ 안에 서로를 포용하고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 화해와 평화의 싹이 더 커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멀리서 오시는 귀한 손님을 한마음으로 기쁘게 맞이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방한 기간 동안 대규모 집회와 행사로 곳곳에서 많은 불편을 겪게 해드리는 점 송구하게 생각하며 너그러이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져 올바른 진상 조사와 사후 조처를 철저히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키도록 국회에서는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나라 모든 분들에게 모두에게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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