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시의 땀 한 방울은 전시의 피 한 방울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고가 났을 때를 가정해서 평상시 전신무장이나 준비를 철저히 했을 때, 우리의 생명을 지킬 수 있고, 피 한 방울 안 흘릴 수 있다는 의미 일 것이다.

올 들어 대형 참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인명과 관련된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점검 정비와 실제 상황을 가정한 부단한 훈련, 그리고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생명보호와 안전에 대한 시설물의 유지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우리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화재 발생 대상 중 20%이상은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소방시설은 유사시를 대비한 화재보험과 같은 성격이다. 일정규모 이상이거나 특정용도의 건축물에 설치되며, 화재발생 시 신속한 초기대응 및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법정시설이다. 그리고 해당 건축물의 관계인에게는 설치된 소방시설이 정상으로 작동되도록 상시 유지 관리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2011. 8. 4.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기존의 소방검사 제도가 소방특별조사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전수조사에서 표본조사와 『관계인 중심의 자율점검체계』로 전환되었다. 즉, 건축물의 관계인이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갖고 자체적으로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보완, 유지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계인 대부분이 소방시설 점검 주체를 소방기관의 업무로 생각하고 건축물에 설치된 소방시설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임의로 조작하여 정상작동이 되지 않게 해 놓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연기감지기의 경우 가끔 담배연기 등을 화재로 오인하여 경보를 발하는 때가 있다. 또 비상벨은 어린이들이 호기심으로 눌러 작동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오작동을 우려해 수신반을 임의로 조작하여 벨소리가 나지 않게 하거나, 고장 난 소방시설을 고치지 않고 방치해둔다는 것은 화재발생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모든 재난사고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화재의 경우 골든타임은 5분이다. 화재발생 후 5분 이상이 경과하면 연소 확산속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건물내부 진입이 어려워진다.

화재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건축물의 관계인은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신속하게 인명대피 유도를 함과 동시에 자체 소화기나 옥내소화전을 이용하여 초기 진압을 시도하여야 한다. 이 때 소방시설이 고장 나 있거나 평상시 초기대응과 인명대피 훈련이 안되어 있다면, 골든타임은 놓치고 피해는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5월에 발생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로 8명,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로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두 사고의 공통점은 관계인이 인명대피 유도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소방대는 신속하게 도착하여 초기진화에 성공했지만, 소방대 도착 전 인명대피 유도 실패로 연기 질식에 의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닥쳤을 때, 얼마만큼 빨리 주위에 알리고 자체 소방시설을 이용하여 초기진압과 인명대피를 할 것인가 하는 체계화된 초기대응 매뉴얼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반복 훈련하고 대비하는 것이 바로 자율대응역량 강화다.

평상시 소방안전관리는 건축물의 관계인과 소방안전관리자, 종사원 등 국민전체의 몫이다. 각자가 안전관리의 주체로서 소방시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상은 없는지 점검하고 확인하며, 반복적인 소방훈련과 안전교육을 통하여 대형화재를 예방하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안전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일상적인 안전수칙부터 소방안전 시설물의 철저한 점검, 사고를 대비한 반복훈련으로 자율대응역량을 강화하는 것만이 화재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는 첫걸음이다.

전남 나주소방서장(소방정) 신 봉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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