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하면 어렸을 적 쥐불놀이가 기억된다. 정월 대보름 며칠 전부터 깡통을 준비하여 못으로 깡통의 아랫부분에 구멍을 낸다. 공기유입으로 불이 잘 타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깡통에 길게 철삿줄로 끈을 만들면 기본 준비가 된 것이다.

어둠속에서 둥근 불빛 원을 그리며 타던 쥐불. 곳곳에 깡통 구멍사이로 넘치는 불길로 곳곳에 불구덩이를 만들어 놓는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쥐불놀이가 절정에 이르러 깡통속의 불이 잘 탈 무렵 공중으로 끈을 놓아준다.

세시풍습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느끼는 독자도 있겠지만, 필자는 소방관으로 자칫 대형 산불로 이어지거나, 주택으로 연소가 확대되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 연상되는 것이 직업병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강원도 및 경북지역의 폭설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각종 재난으로 대규모 불놀이 행사장은 취소되었다는 뉴스를 접하였지만, 읍면동 단위의 소규모 폭죽놀이나 쥐불놀이, 달맞이 입산자들에 의한 모닥불에 의한 산불에 의한 위험성은 항시 상존해 있다.

특히 대보름 전후와 오는 봄철 건조기를 맞아 시민들은 논·밭두렁을 태우는 행위에 대한 화재를 주의해야하며, 해충을 없애기 위해 논·밭두렁에 불 놓기를 할 경우에는 미리 119에 신고를 해야만 화재로 오인 받지 않는다. 신고를 하지 않아 화재로 오인해 소방차가 출동하면 소방기본법 등에 의해 2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산불이 발생할 경우 산불 피해지를 복구하는데 30년이 걸리며, 자연적인 생태계 회복에는 100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경각심과 부단한 노력이야 말로 수십 년간 지켜온 숲과 재산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산림자원을 잘 가꿔서 후손들에게 되돌려 주도록 우리 모두 건조기 화재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전남나주소방서 이창119안전센터 센터장 이병연

 

저작권자 © 빛가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