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민주당 정치개혁모임 주관으로 문재인 상임고문 초청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당내 유력 대선후보자의 소신과 철학을 듣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국회 본관에서 의원회관으로 걸어 돌아오는 동안 마음이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우리 당내에 저처럼 좋은 후보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고, 소중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5월 16일) 손학규 상임고문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고나서의 소감도 거의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대단하다, 자랑스럽다, 우리 당의 큰 자산이다, 등등의 기쁨과 만족감이었습니다.

저는 오는 14일로 보도된 손학규 상임고문의 대선 출마선언식에 기꺼이 참여하고 동참할 계획입니다. 17일로 보도된 문재인 상임고문의 출마선언장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합류하려 합니다. 두 말할 나위 없는 것이지만, 김두관 지사, 정세균 고문...... 다른 여러 분들의 대선 출마선언 현장에도 꾸준히 찾아가 축복하며 함께 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새삼 배우고 깨닫는 바 클 것이려니와, 출마선언 행위 하나하나가 당과 민주주의를 위한 축제 그 자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나라 국회의원으로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특히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계보와 계파에 소속하지 않으려 합니다. 파벌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파벌의 존재를 부정하려 합니다. 굳이 한 파벌을 추종해야 한다면 저는 오로지 ‘국민파벌(國民派閥)’을 추구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친노니 비노니 민주계니 비민주계니 호남이니 비호남이니를 뛰어넘으려 합니다. 현실정치에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에 부딪힙니다. 저는 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거냐며 오히려 반문합니다.

친노는 (형성)되고, 친DJ계도 (존립)가능한데, 왜 유독 ‘국민파벌’, ‘국민계보’만은 안 된다고, 비현실적이라고, 추궁받아야 하고 경멸받아야 하고 무시되어야 할까요. 저는, 이러저러한 기존 계보와 기성 파벌이 가능했었다면, 분명 국민계보, 국민파벌도 가능하다고 굳건히 믿습니다. 아무튼 저는 기존 계파에 구애됨 없이 의연히 국민파벌, 국민노선(國民路線)을 시종여일 견지 추구하려 합니다.

부족한 제가 지향하는 정치의 유일 척도가 국민이자 민심이게 해보고 싶습니다. 국민파, 듣기만 해도 상상하기만 해도, 상쾌하고 통쾌합니다. 내친김에, 국민파의 좌우명을 이렇게 혼자 생각해 보는 겁니다 : “국민만을 보다.”

저는, 또 하나, 어떤 특정 대선후보를 위해서 줄서지 않으려 합니다. 우선, 지금 거론되고 있는 우리 민주당의 대선후보들 한 분 한 분이 출중하고 현저해서 딱 어느 한 분에게만 배타적 관심을 집중할 수 없는 때문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지금 우리 대선후보들 한 분 한 분은 우리 모두가 성원해야 하고 아껴야 하고 함께 해야 할 우리들의 소중하고 또 소중한 자산들이기 때문에,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는 위치에 부름받은 나라는 사람은 이 위대한 후보 한 분 한 분을 두루 섬기고 보필하고 받들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가상 예를 들어, 국회의원들이 모조리 각 후보들 주위에 다 줄을 서버리는 일은 백만 당원과 수백만 지지자와 수천만 국민들에게 미리 자기들의 ‘정답’을 예시하는 매우 엘리트주의적인, 정치라기보다는 통치에 가까운 오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 대통령 후보나 당 대표 경선 시 ‘김심(金心)’ 논란이 있었던 것을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반 당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평가하기도 전에 최고 반열에 있는 지도자가 자신의 의중을 내비치거나 자기 측근들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하는 행위가 종종 ‘김심’이니 ‘박심’이니 하는 정치적 시비를 불러 일으켰었습니다.

당내 경선은 풀뿌리(grass-roots) 일반 당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맡겨야지 윗선에 있는 슈퍼 엘리트들이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인 것이지요. 그 같은 논리의 연장에서,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자기 지역 내에서 대단한 정치적 파급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대선후보들 간의 본격적 각축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쪽저쪽에 공개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줄을 서서 지지하는 현상은 적어도 자기 지역 당원과 주민들에 대해서 “나를 따르라!”는 예시행위가 된다는 차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요새 욕을 먹는다지만, 정치적 영향력 측면에서 지도자급일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줄서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생각하면, 지도자급인 국회의원들이 특정 후보들을 위해 줄을 서는 것은 다수 국민들의 자율적 판단 기회를 위축시키거나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모독적’ 내지는 주민경시적 우월행위이자 월권행위라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한국 정치의 오랜 전통과 관행에 있어서 국회의원들이 자기 기준에 적합한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그 쪽으로 줄서온 일은 통상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지금의 이 현상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이해하고, 어떤 때는 저도 제 마음 속에 있는 특정 후보를 위해 지지행위를 하고 싶은 충동과 연대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국민 여러분을 생각한다면, 그같은 때 이른 줄서기는 조금 신중해질 필요가 분명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공식 결정되기 전까지는 어떤 후보에게도 이른바 ‘줄’ 서지 않으려 합니다. (대선후보들께서도 협조하고 자제해 주셔야 합니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당 전체를 위해 복무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선후보들 측의 현실적인 불가피성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 관점을 달리 하면, 저는 우리 당의 모든 후보들을 위해서 줄을 서보려 합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최종 판단하실 때까지 국민과 함께 하면서 국민들께서 흔쾌히 줄을 서시는 그 후보에게 줄을 설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국민들보다 앞서서 특정 대선후보에게 마음을 미리 줘 버리는 일은 민(民)을 주(主)이게 하는 민주주의(demos + kratia)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지도자란 국민들보다 한 발짝 또는 반 발짝 정도만 앞서 걸어야 한다는 애기, 솔직히 좀 웃기는 얘기고, 굉장히 오만한 엘리티즘이라 생각합니다. 국민들을 견인대상으로 보는 인식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요즘 국민들,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된 지금 국민들, 엄청 균형있고 정확합니다. 그저 국민과 함께 걷고, 국민과 함께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지도자에게 요청되는 덕목은? ‘징후적 독해(symptomatic reading)’ 능력 정도면 충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들은 모름지기 참여적 국민들께서 지혜로운 판단과 선택에 이르시도록 우리들의 모든 이 ‘제품’(후보님들, 이 표현, 죄송합니다)과 저 ‘상품’들을 골고루 보여드리고 프로모션과 마케팅해야 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제 생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특히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초선다움(freshmanship 또는 freshwomanship)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초선은 초선다워야 한다고 믿는 때문입니다. 초선은 초선다워야 한다고 국민 여러분들께서 기대하시는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기성 정치에 식상한 우리 국민들은 여야를 넘어, 초선 의원들에게 거는 기대가 유별날 수밖에 없다고 듣고 있고 느끼고 있습니다. 초선 의원들마저 재선, 삼선, 그리고 그 이상의 다선 의원들과 하등 차이 없이 과거 정치관행과 질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답습한다면 이 나라 정치는 늘 도로아미타불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우리 당의 한 다선의원이, 초선인 당신이 부럽다, 고 말씀하시더군요. 네, 그렇게 걸어가 보겠습니다. 다선 국회의원들에게 조금은 불편하지만 결코 만만하게 보여지지 않는 초선으로 남아 있어 보겠습니다.

저는 지난 선거 유세 내내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의 벼슬아치가 아니라 서비스기관의 공익요원이어야 우리 조국에 희망이 깃들 수 있다”고 되풀이 역설했었습니다. 결코 쉽지 않지만, 이제 조금씩 이 ‘선거공약’을 실천해 보려는 것입니다.

오는 14일의 손학규 고문 대선 출정식이 얼마나 진지하고 흥미진진할지 벌써부터 기대되고 약간 설레기까지 합니다. 17일의 문재인 고문 출정식은 또 어떻게 차별화될지, 어떤 흥미와 감동을 우리들에게 안겨줄지 마치 제가 후보 자신이라도 된 듯 가슴 부풉니다.

국회의원 황 주 홍  (민주당, 전남 장흥강진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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