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광주여성재단서 ‘이제 댄스타임’展 오픈

여성들이 겪어온 사회적 폭력을 폭로하고 그것을 넘어선 여성들의 당당한 연대를 담아낸 회화전시가 있다. 작품 속 여성들은 오랜 성차별과 소외에 분노만 쏟아내지 않는다. 함께 춤을 추며 손에 손을 잡는다. 성평등한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연대의 몸짓을 보여준다.

▲ 김화순 작가
▲ 김화순 작가

광주여성재단 8층 여성전시관에서 오는 13일부터 열리는 김화순 작가의 ‘이제 댄스타임’ 전시 이야기다.

광주여성재단의 ‘허스토리(Herstory)’ 기획전시 공모전에 선정돼 추진된 이 전시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2016년)과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2018년) 이후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페미니즘이라는 뜨거운 화두 아래 인권과 평등의 실현을 염원하는 장이기도 하다.

전시관에는 10여 점의 회화작품이 내걸린다. 작품 ‘그들의 세상을 본다Ⅰ·Ⅱ’와 ‘오래된 세상Ⅰ·Ⅱ’ 속 여성들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앞을 응시한다. 응시하는 세계와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분노와 슬픔, 외로움과 당당함이 한데 뒤섞인 표정은 무엇이라 요약할 수 없다. 다만 그들의 가려진 한쪽 눈의 응시와 손가락 사이의 응시에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메시지와 ‘함부로 들여다보지 말라’는 경고, ‘균열과 폭력을 쉬운 언어로 단정하지 말라’는 부탁이 선명하게 스며 있다.

그런가 하면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제목의 작품은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바치는 자신의 멋진(?) 모습이 ‘바라보이는’ 시선들에만 있다고 믿으며 희희낙락하는 남성과 화면 바깥을 묵묵히 응시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소위 여성을 찍히는 대상으로, 눈요깃감(to-be-looked-at-ness)으로 전락시켜 벌어지는 디지털 성폭력과 같은 범죄 현상에 대한 따끔한 경고를 전한다.

그리고 김 작가는 고통받는 여성들의 춤사위를 대대적으로 선보인다. 작품 ‘이제 댄스타임’을 비롯해 ‘만월 댄스’, ‘파란(波瀾)Ⅰ·Ⅱ’, ‘다함께 춤을’, ‘달밤’ 등을 통해 작가는 여성들이 신명 나게 춤출 수 있는 장을 선사한다. 머리가 하늘까지 닿도록, 여성들의 강직한 메시지가 울려 퍼져 모두가 연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춤사위를 키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연대의 삶을 꿈꾸는 화폭인 것이다.

이렇듯 김 작가는 민중미술 작가의 시선으로, 그리고 여성단체에 15년째 몸담고 있는 운동가의 시선으로 페미니즘 미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 좌로부터 ; 포스터, 김화순 作 ‘파란(波瀾)Ⅱ’(광주여성재단제공)
▲ 좌로부터 ; 포스터, 김화순 作 ‘파란(波瀾)Ⅱ’(광주여성재단제공)

실제로 김 작가는 1980년대 민주화 격동기 시절 대학을 다니며 걸개그림, 벽화, 바닥그림, 미술선전대 등 시대 현장에서 민중미술을 선보여왔다.

또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작가는 근본적 회의와 함께 큰 충격에 빠진 뒤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활동을 하며 유가족을 위로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왔다.

11일 광주여성재단에 다르면, 여성의 성차별 문제를 인식하며 2005년부터 현재까지 여성단체 활동도 해오고 있다. ‘여성’을 화두로 한 독립영화 제작도 하고 광주여성영화제를 이끌기도 했다.

김 작가는 “작업실 안에서 붓질만 하지 않고 여성단체 활동가로, 세월호시민상주모임 활동가로, 4년째 월 1회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예술인행동 ‘장’ 활동가로 살아가는 것은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사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서”라며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인권 역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작업 배경을 설명했다.

전남대 출신인 김 작가는 광주 무등갤러리와 은암미술관 등에서 네 차례 개인전을 가진 바 있고 ‘100인의 518 릴레이 아트전’과 ‘촛불혁명과 평화의 창’ 등 수십 차례의 단체전을 열어왔다.

한편, 김 작가는 13일 오후 4시 전시 현장에서 오픈식을 가질 예정이며, 전시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문의 062-670-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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